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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건강을 통해 배우는 삶의 우선순위

질문이 삶이다

by 안상현

삶은 참으로 감사한 것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쉬고, 두 발로 걷고, 따뜻한 밥을 먹으며,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작고 평범한 것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 인생이라는 풍경을 이룬다. 우리는 이 잔잔한 풍경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찬란한 깨달음과 깊은 감사는 이 평온함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왜 하늘은 우리에게 가장 큰 시련을 던져주는가? 대개 그 시련은 돈이나 건강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칠 때, 혹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을 때, 비로소 우린 멈춰서 삶을 돌아본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는 효율을 위해 모든 '익숙한 자극'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긴다. 매일의 안정과 평온을 당연함으로 설정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행위, 일터를 오가는 출퇴근 시간,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는 산책 등 모든 것이 '당연함'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다. 감사할 이유를 스스로 찾을 필요가 없는 상태, 이것이 바로 평온함의 치명적인 함정이다.


시련은 이 마비 상태를 강제로 깨뜨리는 충격이다. 돈이나 건강 문제가 닥쳤을 때, 우리의 생존 메커니즘은 경고등을 켠다. 그때야 비로소 '평범함'이야말로 얼마나 커다란 축복이었는지 의식한다. 시련은 우리를 멈춰 세워, 그 모든 당연했던 것들이 단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유한한 자원'이었음을 가르친다.


시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선순위의 재설정에 있다. 평소에는 더 많은 성과, 더 큰 집, 타인의 인정 등 외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에서는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 아무 소용없음을 알고, 돈이 없으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지지가 유일한 버팀목임을 깨닫는다.


시련은 우리 삶의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우리를 삶의 '본질'과 대면하게 만든다. 하늘이 큰 시련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겪는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통해 얻는 '진정한 깨달음과 성장의 기회'를 선물하기 위함일 것이다. 고난은 감사를 강요하는 방식보다 스스로 삶의 소중함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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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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