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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Q Oct 27. 2024

뜨끈한 방 안에 등을 붙이고 있다

뜨끈한 방 안에 등을 붙이고 있다. 뼈의 안쪽부터 아니 심장으로부터 개운해지는 신비로운 느낌. 타닥타닥 마디를 부러뜨리며 타들어 가는 봄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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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걱정 없는 밤, 뜨겁게 달구어진 등허리는

영혼까지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中-


아궁이에서 가장 가까웠던 아랫목 비닐장판은 온돌에 눌려 그을린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자리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자리였다. 가부장의 시대였으니까. 장판이 저 상태가 되었을 정도면 최소 1도 화상은 입지 않을까 싶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늘 '어~ 시원하니 좋다~'라는 말씀만 하셨다. 뜨거운 석탄 위를 걷는 힌두교의 의식만큼이나 미스터리였다. 


설령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셨다고 해도 우리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에 했던 밥이 식을까, 어머니는 밥이 담긴 스뎅 그릇을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어두었었다. 그 시대에도 보온밥통은 있었을 텐데 왜 아랫목에 밥을 보관했을까? 뜨끈한 온돌에서 원적외선이라도 나왔던 것일까?


어쨌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스뎅 밥그릇마저도 아랫목을 차지하지 않을 때는 나도 슬그머니 아랫목에 누워볼 수 있었다. 피로의 원인이라곤 기껏해야 낮에 친구들과 논 것뿐인데, 뜨끈한 아랫목은 등허리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내 영혼마저 따뜻하게 만들어줬었다. 


종종 버튼 하나에 고루 난방이 되는 보일러보다, 이븐하지 않게 아랫목만 뜨끈했던 그 시절 그 온돌방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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