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퇴해서 뭐 할까'궁금하다면 자기가 주말에 하는 행동을 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은퇴하면 지금 내가 주말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바복해서 하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월간 에세이 2월호 / '의미 없이 흐르는 시간' / 윤한준-
요즘 나는 딱 두가지 범주의 시간만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과 스마트폰을 참는 시간. 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에 가서도 스마트폰 놓지 않는다. 심지어 새벽에 설피 잠에 깨는 순간에도 겨우 떠진 한 쪽 눈으로 뉴스와 SNS를 살핀다. 스마트폰을 든 채로 다시 잠이 들어 얼굴에 자유낙하를 시킬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워치를 사서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시도했지만, 스마트워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시답지도 않은 알림을 핑계로 스마트폰을 허겁지겁 집어 들곤 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보지도 참지도 않는 시간이 하나 더 생겼다.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다.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새싹을 보는 일이다. 봄볕에 통통해진 다육이 잎을 똑따서 놓고 잊고 지내다 보니 어느 날 꿈틀꿈틀 자구가 올라왔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은 잎이 무성해져 가지를 축 늘어뜨린 킹벤자민 고무나무의 가지치기를 해줬다. 수북하게 쌓인 잘린 가지의 곁가지들을 다 쳐내고 끝에 달린 잎만 서너 장 남겼다. 그리고 물에 잠깐 담근 후 화분에 삽목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아마 나의 조급함은 나 몰라라 한 채 사부작사부작 뿌리를 내릴 것이다.
오늘 식물들을 돌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아, 내 은퇴 후 삶이 이랬으면 좋겠다.
꼭 볕이 잘 드는 정원에 유리온실 하나를 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