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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못 놓는 사람

by GQ

법정 스님에게 난초가 있었다고 한다. 아주 예쁜 난초였다. 스님은 멀리 갈 일이 있어도 난초가 마음에 걸려 망설이는 날이 많았다. 물은 어떻게 주나 걱정이 됐다. 그래서 난초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우리 삶도 그렇다. 쥐고 있으면 무겁기만 하다. 놓아버리면 가벼워진다.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中-

캠핑카를 사고 나면 딱 두 번 좋다는 말이 있다. 캠핑카를 막 샀을 때, 그리고 캠핑카를 팔았을 때! 드디어 캠핑카를 팔았다.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지붕에선 비가 샜다. 외관은 낡아서 흉물처럼 보였고 축구하던 동네 꼬마 녀석들이 캠핑카 창문마저 깨뜨려 놓아 화룡점정을 찍어줬다. 한 해에 두 번씩 정기 검사를 해야 하고, 몰 일이 없어 내버려둘 때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시동을 켜주어야했다. 소유한다는 행위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든다.

무엇인가 소유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감정, 노동, 비용, 책임 등을 잘 따지고 보면 사실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것들은 그리 많이 남지 않는다. 놓아버리면 가벼워진다.

아참, 놓을 때 줄 사람 없으면 연락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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