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빨간머리 앤'이 된 이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일이
몇 시간 후에 사라지지 않도록 잡아두는 것이다.”
- <몰입>의 저자, 미하이칙센트미하이
얼마 전, bold journal 잡지의 ‘Lifelog’ 편을 보게 되었다. 위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주제에 대해, 잡지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버튼을 누를 때, 허둥지둥 수첩을 꺼내 메모를 남길 때, 읽던 책에 밑줄을 그을 때... 기록하는 순간에 우리 마음속엔 느낌표가 뜹니다. 기록은 무엇을 향해 감탄하고 감탄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일입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내 브런치 작가명은 ‘빨간머리 앤’이다. 어렸을 때 부터 앤 이야기 전편을 보유할 정도로 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빨간머리 앤과 내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닮은 부분 중 하나가 ‘감탄하기’이다.
이 잡지의 한 인터뷰에서, 꼭 그 사진을 다시 꺼내보지 않더라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가 영감을 기록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나의 ‘기록하기’ 또한 나의 넘치는 감탄을 표출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취미는 감탄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요즘에는 기록하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 중 영감 받았던 것들을 하나의 글로 브런치에 남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혹시 모를 작은 영향력을 위해서.
사실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매 순간 나의 관점은 변하고, 지금 순간에 내가 감탄하고 새로운 발견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다음 순간 그렇지 않아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라질 수도 있었던 지금 이 순간 나의 감탄을 붙잡아 기록하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감탄하고, 기록하고, 공유하기 좋아하는 나를 기록해두고 싶다. 사진으로 기록했다는 그 자체로, 다시 꺼내보지 않아도 의미있게 남겨진 역설적인 그 사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