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행복이 뭐 별 거 있나 싶다.
가끔은 행복이 뭐 별 거 있나 싶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고양이의 기분 좋은 따뜻함,
마음을 주고 받는 조그맣고 달달한
주전부리 같은 거.
어제는 도서관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단골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가는 길에 문득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옷가게를 들러 웬 원피스와 따뜻한 니트 스커트를 샀다. 오랫동안 옷을 사는데 열리지 않던 지갑이 뜬금없는 데서 열렸다.
무거워진 손으로 카페에 도착해 문을 밀었는데 열리지 않는다. 다시 문을 보니 카페 주인 언니가 조그맣게 쓴 ‘오늘은 쉬어갑니다’ 메모가 붙어있었다. 인스타로 미리 보고 올 걸,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집에 가기는 아쉬워 자주 들르는 잡화점에 들렀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주인 언니가 얼굴을 알아보고 말한다. 감기에 걸리셨나봐요, 잠긴 내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손님이 주고 갔다는 제주도 감귤을 하나 쥐어주신다. 언니의 따뜻함과 함께 다시 골목으로 나섰다.
집 가는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뜨거운 안녕’이라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이번 달 안으로 카페를 닫는다는 인사였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작은 가게 앞에는 빈티지 옷과 신발을 팔고 있었다. 빈티지는 지나칠 수 없어 또 몇 가지 뒤적여보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작지만 메뉴 가격도 착하고 조용해보여서, 이왕 나온 김에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야옹, 웬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반긴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놀랐지만 가볍게 손인사를 해주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이 녀석은 내 테이블에 놀러오더니, 금세 내 다리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유튜브로 보는 것만 좋아하고 실제로는 약간 무서워해서 가까이 해본 적 없던 고양이였는데, 먼저 다가와 꾹꾹이하고 쯉쯉이하고 애교를 피우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녀석도 내 부드러운 옷과 뱃살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잠을 잔다. 고양이의 몽글몽글한 따뜻함과 작은 움직임들을 느끼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며 얼마간 있다가, 고양이와 놀고 싶은 꼬마 손님 손에 잠에서 깨어난 고양이를 들려주었다. 얼마나 있었다고, 녀석이 누워 따뜻하게 데워졌던 자리가 식으니 퍽 허전했다.
작은 고양이의 존재는 작은 카페 안의 손님들과 주인 언니를 대화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고양이에게 말을 걸며 서로 말을 걸었다. 왠지 언니들과 친근해진 나는 밖에 나가 빈티지 옷들을 골라왔다. 그렇게 옷은 새 주인을 찾고,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 언니에게 주려던 캬라멜은 고양이가 있는 작은 카페 언니들에게 쥐어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오늘의 따뜻함은 충족되었다고.
저번 주말엔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에 놀러갔다가 찜질하는 고양이도 만났었다. 따뜻함에 몸을 맡기는 모양이 어찌나 평온하던지. 나도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 평화로움과 느긋함, 신경쓰지 않음 그리고 따뜻함을 떠올리니 왜 요즘에 사람들이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것만도 같았다.
김봉진 대표님 인스타엔 직원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담긴 흑백사진과 언제 행복해요? 라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변들이 달린다. 읽어보면 참으로 사소하면서 웃음이 지어진다.
‘행복의 기원’ 이라는 책에 보면, 인간은 원래 동물이어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직관적인 작은 행복들. 가끔은 행복이 뭐 별거 있나 싶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고양이의 기분 좋은 따뜻함, 마음을 주고 받는 조그맣고 달달한 주전부리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