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ethink Dec 21. 2018

그러니 어떤 선택이라도 좋다.

<일하는 마음>을 읽고 퇴사를 말하다.

인생의 거의 모든 선택은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리는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뿐이다.
_제현주, <일하는 마음> 중에서


연말이다. 매 연말마다, 그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해는 나에게 아주 특별히 낯설었던 한 해였다. 첫 직장 생활을 경험하며, 일한다는 것의 무게와 의미를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던 한 해. 그저 막연히 화려하게 펼쳐질 것만 같은 미래를 상상하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내 인생의 한 막을 내 손으로 내리는, 퇴사라는 결정과 그 이후의 무게 또한 경험했던 한 해.


아직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올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퇴사, 창업 등을 지나오며 한 마디로 딱 떨어지지 않는 커리어패스를 가지게 된 저자. 이제는 지나간 경험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담담한 글이 지금의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사실 요즘의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나간 내 선택'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미래의 내 모습이 어떻게 될 지 불확실한 이 상황, 이 상황을 만들어낸 과거의 내 선택, 그 무게를 새삼 다시 느끼곤 했던 것 같다.

 


<일하는 마음>의 저자는 '퇴사'라는 지나간 선택의 경험을 ‘라라랜드’로 이야기했다. 만약(what if) 주인공 미아가 세바스찬을 따라 마지막 오디션장에 가지 않았다면 영화는 해피엔딩이 되지 않았을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그녀가 마지막 오디션장에 가서 슈퍼스타가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이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현실에서 what if 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제 2의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슈퍼스타가 된다고 해서 누구나 행복한 것은 아니고, 언제나 행복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슈퍼스타로 행복할 수 있다면 고향에 남았다 해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결정적인 순간 단 한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선택이 그 사람의 능력에 달린 것도 아니다.’
‘… 그렇게 생각할 때, 나는 내 앞에 올 다른 선택들에 대해서도 말랑말랑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차피 what if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단 하나의 경로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내가 의식적으로 내리는 선택보다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행운과 불운, 그 행운과 불운을 대하는 나의 태도로 결정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고, 그 덕에 선택은 가볍게 하고 오늘은 단단하게 살려고 한다. 역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일상 뿐이다.’

_제현주, <일하는 마음> 중에서.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글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떤 선택이라도 좋다.

지금의 일상에 집중하되,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자. 뭐 어때, 이제 지나간 스스로의 선택에 엄격했던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캐나다에 있는 친언니에게서도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로 위로를 받았다. 한국에 한 달 정도 돌아와 있었을 때, 휴가를 낸 것이 아니라 직장을 그만두고 왔었던 것이라는 고백이었다.


내가 퇴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언니는 결국 퇴사 후에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게 될거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언니도 퇴사 후 나와 같은 단계를 겪었던 것이었다. 회사에서 잘린 것도 아닌데, 출근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현타를 맞고, 먼 타지에서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아찔해하며 구직에 대한 압박도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은, 새로운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만족스럽게 지낸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도 나에겐 얼마간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지나간 선택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더욱 정신차리고 오늘에 집중해야한다는 각성도 함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이 모든 시간의 의미를. 그러니까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를 다른 길은 이제 그만 놓아주자.


언제까지나 ‘현재가 과거를 재배치’하게 되니까. 이 길을 걸었기에, 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 거니까.




열 다섯 번째 #목요일의글쓰기 마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