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커피를 팔고 바느질을 하며 살고 싶다
“여기서 커피를 팔고 바느질을 하면 어떨까?"
40대 귀촌자인 우리 부부에게 시골살이는 유유자적 시골생활을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번아웃으로 인해 생각보다 일찍 전업의 시기가 찾아왔고, 그만큼 과감하게 시골살이를 선택했던 것이다. 생존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의 삶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완전히 다른 시스템 속으로 옮겨 살고 싶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했고, 귀촌을 준비하는 동안 살 집도 구해야 했고, 뭘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했다. 남편은 20년 차 전기 기술자, 나는 바느질하는 핸드메이더. 할 줄 아는 일로 새로운 장소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유명한 작가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핸드메이더들은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살아간다. 돈을 벌고 있으니 취미는 아닌데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수입이 적으니 늘 전업을 고민하게 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수입이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일상 안에서는 늘 고민한다. 잘하고 있는 것인가?
귀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고 싶어. 거기서는 뭔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생존비용이 덜 드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불안함 없이 지속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지리산에서 바느질하는 아무개’라는 스토리텔링은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특별한 자산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이 꿈을 펼쳐야 하는 거지? 살 집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화엄사 IC를 나와 하동으로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19번 국도. 벼가 자라는 시골들판을 천천히 지나가다 보면 작은 면소재지를 가로질러 섬진강변을 달리는 길이다.. 구례와 하동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가야 하는 길!. 여행자로 지리산과 섬진강을 다니던 시절에는 늘 이 19번 국도길이 그리웠고 여행증에는 카페인이 간절했다.
19번 국도길에 토지면사무소와 초등학교가 있는 작은 면소재지 마을이 있다. 왕복 2차선의 도로에 오래된 빈 가게들과 다슬기 음식점, 시골 구멍가게가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초등학교 앞이라 속도 30km로 지나가야 하는 시골길을 오가며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있었다. 여행자를 위한 카페와 바느질을 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 공간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영혼 없는 커피가 아닌 향기 좋은 원두로 갓 내린 커피. 피곤할 때 딱 한잔 마시고 싶은 맛있는 커피!
여행자를 대상으로 커피를 팔고, 여행자들과 내가 만드는 아이들을 공유하는 공간.
시골에 살지만 도시와 연결하며 농사가 아닌 다른 일로 먹고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빈 가게는 너무 낡아 부담스럽고,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은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라 임대를 내놓는 일이 없으니 꿈만 꾸며 지나다니기를 몇 개월! 시골 약방자리에 임대라는 종이가 붙자마자 집주인을 찾아갔지만 또 하나의 허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게를 빌려줬다가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인 어르신의 불안함이었다.
자신들만의 마을 공동체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이 마을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거부감이 먼저 생긴다는 것을 도시에서 내려온 외지사람을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인사를 나누고 임대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고 몇 차례의 방문을 통해 어색함을 줄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도시라면 부동산 사무실을 통해 서로의 요구사항을 교환하고 서류정리를 하면 끝나는 일이지만 시골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하나 배우는 시간이었다.
집은 구하지 못했지만 귀촌을 위한 첫걸음
농사 대신 커피를 팔고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첫걸음일 뿐. 커피라고는 아메리카노와 드립커피 외에는 마시지 않는 나에게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던 캐러멜 마키아또와 달달한 음료를 팔아야 하는 카페 사장으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로컬이거든요.
지자체 창업지원도 많고, 여러 경로로 받을 수 있는 교육도 많아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아이템을 지역자원과 연결하는 고민을 해보세요
도시와 연결고리는 지역자원 ( 역사, 문화, 사람)과 연결이 될 때 힘을 얻습니다. 지역과 어울리는 브랜드 이름을 만들어도 좋고, 내가 있는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도시와 연결하는 좋은 소재입니다.
창업할 아이템이 없다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보세요.
장기적인 일자리는 많지 않지만 단기 일자리는 있습니다. 직업은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지 나를 증명하는 이유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지역에서 일을 하면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나만의 아이템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