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자
“최대한 돈이 들지 않는 인테리어를 하자!”
“500만 원 이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자”
우선 살림집 정리를 마무리하고 카페를 열기 위해 10평 남짓 오래된 가게를 꼼꼼히 살폈다. 시골에서 가게를 ‘점방’이라고 한 이유가 가게 안에 작은 방이 있어 ‘점방’이었을까? 어릴 적 봤던 동네 구멍가게처럼 가게 안에는 3평 정도의 방과 7-8평 남짓 가게터로 되어 있었다. 이 방과 가게 자리를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활용해서 동선을 짜야할지 막막했다. 천장은 석면으로 되어 있어 교체 작업을 하려고 뜯어보니 엉성하게 지어진 시멘트 블록 집이었다. 바닥은 울퉁불퉁 수평이 맞지 않은 시멘트 바닥!
아…… 정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나 막막했다.
이럴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청소!
약방 물건들을 정리해서 버리고, 먼지 묻은 유리창을 닦고, 오래된 문짝은 뜯어내며 며칠이고 청소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시골집의 정겨운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카페와 공방 분위기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계속 고민했다.
혼자서 커피 팔고, 작업도 해야 하니 최대한 동선을 편하게 만들 방법은 뭘까?
생각이 막히는 순간이 오면 문을 닫고 섬진강 뚝방길을 걸었다.
인테리어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나가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우리가 해결하기로 했다.
원래는 합판에 짙은 나무색 오일스텐으로 칠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에디슨 건구를 길게 늘어뜨려 길게 시골집에 어울리는 빈티지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오래된 약방의 짙은 녹색의 새시와 잘 어울릴 거 같아 천정 교체가 카페 인테리어의 핵심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보니 시골집이라 천정의 높이는 일반 아파트(230mm) 보다 낮아 원하는 높이로 바꾸려면 지붕 자체를 수리해야 했다. 게다가 천정이 석면으로 되어 있어 교체도 쉽지 않은 상황!
그때, 귀촌하기 전 자주 가던 이자카야가 생각났다. 그곳은 천장이 높아서 2X4 건축용 각재로 낮은 천정을 만들어 나무의 따뜻함을 살린 아늑한 분위기가 났었는데, 각재 사이로 보이는 시멘트 노출 천장을 인상 깊게 봤었다.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석면 천장의 삭막함은 가리고 시골집의 따스함과 빈티지함을 살리기로 했다. 천장이 낮은 점을 고려해 2X4 각재를 잘라 2X2 각재로 만들고 가구와 같은 톤의 오일 스텐을 칠해 카페 전체 분위기를 통일했다.
연세 많으신 약방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쉬시거나 음식을 만들어 드시면 가게방에는 1구짜리 싱크대가 있었다. 우리는 그 싱크대 위치를 그대로 활용하고 한 사람이 최적의 동선으로 일할 수 있도록 주방을 만들었다. 주방 수납장은 아파트에서 사용하던 그릇장을 그대로 사용했다. 아일랜드 식탁으로 쓸 수 있는 그릇장 2개는 공방에서 직접 만든 가구라 분위기가 잘 맞았다. 손님을 맞을 카운터 겸 음료 제조를 할 바 형태의 가구는 추가로 제작하기로 했다.
방은 도배가 되어 있었고, 가게는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방 천장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고, 도배를 뜯어냈을 때 어떤 상태일지 자신할 수가 없어 벽에는 손을 대지 않고 전체를 백색의 핸디코트를 입혔다. 보통은 페인트를 칠하기 전 울퉁불퉁한 부분을 메꾸기 위한 작업으로 핸디코트 작업을 하지만, 우리는 그 자체로 거친 느낌을 살려 벽 마감을 했다. 회벽 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비슷한 느낌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닥은 남편이 심하게 울퉁불퉁한 부분을 시멘트로 미장을 했다. 추가 미장을 하면 바닥이 높아져서 울퉁불퉁한 곳만 수선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그 위에 타일 장판으로 마무리했다. 장판 작업도 남편인 공 선생이 직접 마무리했다.
전기 엔지니어인 남편이 직접 전기 작업을 해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만약 업체에 맡겼으면 200만 원 정도는 더 들었을 것이다.
공구가 필요한 작업은 목수를 이용했다. 보통 전체 인테리어를 맡겨야 하는데, 운 좋게 지인 소개로 일당을 받고 일하는 솜씨 좋은 목수를 만났다. 천정 각재 작업과 외부 비받이, 카페 주방바 작업 세 가지를 맡겼다.
예전부터 사용하셨던 ‘약’이라고 쓰인 입간판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크릴 부분은 나무로 바꾸고 ‘커피’라는 글자를 아크릴로 주문 제작해 입간판에 붙였다. 나무로 만든 비받이에 아크릴로 ‘섬진강댁’과 ‘전화번호’를 붙여 간판 역할을 했다.
커피 머신, 냉장고, 제빙기 등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 의외로 많다. 시골카페에 얼마나 손님이 있을지 몰라 모카포트나 드립커피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머신 가격만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이르고 작은 주방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결국 중고 반자동 커피 머신을 들여놓기로 했다. 매출을 확인하고 나서, 카페의 운영상태에 따라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제빙기와 블랜더는 새것으로, 나머지는 인근 도시의 중고 주방용품점에서 구입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원목으로 구입했다.
도시에서는 직접 하는 인테리어는 생각할 수 없다. 수천만 원의 보증금과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의 임대료를 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로컬은 가능하다. 우리는 보증금 없이 임대료 20만 원으로 2년, 자동 연장으로 계약을 했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10년 계약을 하자고 하셨지만,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계약은 부담스러워 2년 계약, 자동연장으로 하자고 말씀드렸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저렴한 임대료로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로컬이었다.
5달 동안 작업을 하며, 중간중간 섬진강을 걷고, 구례에 먼저 내려와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낮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천천히 시골 카페 ‘섬진강댁’의 인테리어를 했다.
시골집과 가게는 대충 설계된 집이 많고, 전기도 불만 켜지면 되는 엉성한 상태가 많다. 누전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집이든 가게이든 전기공사는 꼭 다시 하기를 추천한다. 한 업체, 또는 전기 기사와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것도 좋다. 전기내선은 거의 벽 안으로 들어가 있어 구조를 모르는 사람은 문제가 생겨도 찾기가 어려워 공사를 진행한 사람과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을 추천!
시골 생활의 아쉬운 점은 기술자의 기술이 도시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것!
목수도 그렇다. 하지만 귀촌자들 중에 전문가들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사람들은 업체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일당처럼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귀촌커뮤니티를 이용해서 그런 전문가를 찾아 가게 인테리어를 하든, 집을 고치는 것을 추천!
시골생활의 대부분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도시보다 많은 돈이 드는 곳이 시골이다. 간단한 것들은 스스로 배우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