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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 Jun 26. 2016

진실을 말하는 것, <더 헬프>

The Help, 2011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의 답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M. 스캇펙이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말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것은 자기 성찰의 삶을 산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삶.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정직의 거울을 자신에게 과감하게 비추는 일이다. 그것은 보고 싶지 않은 민낯을 직면하고 인정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어두운 거울을 비추거나,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온전한 자기성찰이 아니다. 단순히 타인에게 정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 그런 삶을 사는 척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직한 삶과 태도로 사는 것에 비하면 쉬운 일이다. 겉에만 초콜릿을 발라놓아도 속까지 초코로 꽉 찬 초코머핀으로 보일 수 있는 것처럼,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정직한 척하는 삶은 겉에만 신경 쓰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쉽다. 그에 반해 진정으로 정직한 삶, 자기 성찰의 삶, 진실에 충실한 삶은 어렵고, 좁은 길이다.  


진실에 충실한 삶,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이 현명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실의 힘과, 진실을 말하는 것, 진실된 행동의 자유를 경험해 본 사람 만이 느끼는 자유함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진리가 아니다. 어렸을 적 혼이 날까 봐 실수로 깨뜨린 도자기의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강아지에게 덮어 씌었을 때, 시간이 지나 부모님께 사실은 내가 그랬다고 말했을 때.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지며 안도감의 눈물이 나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의 힘과 자유에 대한 첫 경험이다.

 

미니의 초코파이


영화 '더 헬프'는 1960년대 미국의 흑인과 백인의 갈등, 흑인 가정부와 백인 집주인간의 불편한 동거 속에서 약자인 흑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한 영화다. 전형적인 인종 갈등의 환경과 세상을 바꾸는 드라마. 하지만 내게는 단순한 백인이라는 기득권에 항거한 흑인의 작은 외침에 대한 영화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은 흑인이 사용한 변기에는 병균이 많아 화장실까지 따로 써야 했던 당시 인종차별의 환경에서 백인들의 비이성적 우월주의와 비인격적이고 표리부동하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글로써, 말로써 용기 있게 고발하고, 세상에 알렸다. 그것이 책으로 나와 유명해져 많이 팔리기까지 했다. 세상은 그런 극적인 결과와 행동, 드라마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런 에이블린에게 남겨진 현실은 절망적 이게도 해고라는 가정부 생활의 끝이었다.



진실을 말하는 것, 진리에 충실한 것은 현실과 부딪히게 마련이다. 현재의 이익과 안위와 상충된다. 가정부 생활의 끝을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블린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녀가 힐리의 집에서 나오며 되뇌었던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것이 쉽지 않지만, 진실을 말하는 게 첫걸음이 될 순 있다. 내 삶이 어떤지 그전엔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다. 진실을 말한 후에 난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내 주변과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진실한 삶을 사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정직할 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그를 통해 타인에 대해 충실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인지 모른다. 진실한 삶을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행위이고, 내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첫걸음이며, 그다음으로 타인에 대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자유와 치유가 역설적으로 자기희생과 타인에 대한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은 그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영화 더 헬프는 진실을 말하는 선인과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악인 간의 갈등, 권선징악이라는 단순 구조와 전형적인 인종갈등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지만, 마지막 대사를 통해 영화의 품격과 가치를 한방에 바꾼 반전 영화이기도 하다.  


 p.s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배우의 연기다. 에이블린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 셀리아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 다우트와 인터스텔라 이후 인상적인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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