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협하지만) 애정하는 플레이 리스트
세상의 무궁무진한 음악을 다 알 길이 없다. 어쩌다 듣는 음악이 너무 좋으면 횡재한 듯한 기분으로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 피아노 전공을 꿈[만] 꿔보았고, 바이올린으로는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다. 사정상 예술중학교 시험은 근처도 못 가보았지만, 어차피 지금은 류마티스로 손가락을 못쓰게 되었으므로 그때 그 길을 괜히 기웃거리지 않은 것은 잘 된 일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빠는 시디플레이어를 사주셨다. 그때부터 클래식 음반을 모았다. 시험공부를 하며 슈만을 들었고, 브람스를 들었다.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음악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그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 어딘가에 분명 있다는 확신은 삶의 희망이 되곤 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알게 될, 내가 아직 듣지 못한 음악들을 스치게 될 순간들은,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안전한 행복과 같았다.
바로크 시대의, 대체로 마이너 음악을 좋아한다. 비트가 들어간 힙합 종류의 음악도 즐겨 듣는데, 종종 들리는 바로크 음악과 힙합의 믹스는 멋진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식성이 변하듯 음악 듣는 취향도 변한다. 재즈는 즐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난 몇 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종종 들리던 재즈식 캐럴이 참 따뜻하다 느껴지더니 얼마 전 Ella fizgerald의 Lullaby of birdland를 듣고는 재즈의 매력에 반했다. [Green Book], [The legend of 1900]라는 영화를 보면서 접한 음악들은 듣는 음악의 폭을 아주 조금 넓혀주었다.
피아노 연주와 우리 삶의 공통점
손가락이 망가지기 전, 둘째를 낳고 ABRSM시험에 도전했었다. 완벽하게 음 하나 틀리지 않고 치는 것은 참 어렵다는 것, 거의 기계가 치듯이 완벽한 음을 목표로 하면 힘들어지겠다는 것을 느꼈다. 작곡가의 의도나 음악의 흐름을 보려고 애썼는데, 이해하였다 하여도 그걸 음악으로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 전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유퀴즈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미스터치를 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음악 전체가 중요하다고 했다. 클라이맥스가 어디인지, 큰 그림이 보이게 연주하려고 하는데, 계속 아름다운 부분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것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아껴서 아름다운 부분을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한다고.
피아노 연주에서의 미스터치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 중 뭐가 잘 안 되던 날, 속상한 날과 비슷하다. 한 음이 틀렸다고 음악 전체가 망가지지 않듯이, 오늘 하루 좀 별로였다 해서 내 인생 전체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니까.
내 삶 전체를 아름다운 음악 한 피스 정도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피아노 콘체르토로 하여 1악장, 2악장, 3악장으로 할까. 아니다. 심포니로 1-4악장이 더 알맞겠다. 1악장은 유년시절, 2악장은 아이들을 낳기 전, 3악장은 아이들을 낳은 후, 4악장은 노년. (대체로 2악장은 느리니 삶의 템포와 조금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면 복잡하므로, 일단 넘어가기.)
그러고 보면 1악장과 2악장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3악장 중간에서 음표를 하나하나 연주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행여나 음이탈이 나는 날이 생겨도 음악 전체를 보기로 한다.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걸 연습해 보기로 한다. 내 삶의 작곡자이자 지휘자로서 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도 내 삶을 한 조각의 예술처럼 꾸려나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읽을까? (Legend)
음표: 가장 자주 듣는 음악 종류별로, 음표의 박자 수가 긴 순서대로 나열했다. (클래식, 팝/그 외 장르, 재즈, OST)
나뭇가지:
클래식 - 왼쪽: 낭만파, 오른쪽: 바로크
팝/그 외장르 - 왼쪽: 한국 음악, 오른쪽: 한국 외 음악
나뭇잎:
연두: 보통 듣는 음반이나 음악. (연두를 지난 일주일 내에 자주 했을 때 초록이 된다.)
- 클래식(음반, 작곡가):
왼쪽(낭만파): Brahms, Liszt, Mendelsshohn, Saint-Saëns, Paganini, Tchaikovsky, Clara Shumann
오른쪽(바로크): Handel
- 팝/그 외: 신호등, 가을 아침, Boom
- 재즈: Cheek to cheek
- OST: Tarantella in 3rd class(The legend of 1900)
초록: 최근 일주일 내에 자주 들었던 음반이나 음악.
- 클래식(음반, 작곡가):
왼쪽(낭만파): Chopin, Rachmaninoff, Shumann
오른쪽(바로크): Bach, Scarlatti
- 팝/그 외: 겨울잠, Fils de joie
- 재즈: Lullaby of birdland, Blue Skies
- OST: Les Choristes(Les Choristes), Blue Skies(Green Book)
주황: 자주 찾아 듣는 아티스트
- 클래식: 조성진, Evgeny Kissin, Martha Argerich, Glenn Gould, Vladimir Horowits
- 팝/ 그 외: 아이유, 악동뮤지션
- 재즈: Ella Fitzgerald, Don Shir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