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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May 24. 2024

엄마는 어려운 직업인가요?

동전과 송호엄마

엄마가 할머니집으로 왔어요. 저를 찾아온 걸까요?

엄마가 엄마 생각이 나서 왔을까요?


“어서 와.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국수 먹을래?”

“와~~ 우. 우리 엄마 국수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지. 잘 먹을게요.”

“동전, 너는 언제 왔냐? 학교 마치고 집으로 올 때 됐는데 안 와서. 여기 있을 것 같더라.”

“엄마, 나 시험 쳤다.”

“음. 그랬구나.”

“점수도 나왔어. 못 쳤어. 점수가 내려갔어. 70점이야!”

“그래, 수고했어. 다음에 더 잘 받으면 되지.”

“…….”

“엄마는 왜 다른 엄마들처럼 공부하라는 말 안 해? 나한테 관심 없지!”

“…….”

순간 콧구멍이 씰룩거립니다.

물고기에서 나는 냄새와 썩은 냄새가 나요.

불만이 가득 차고 고마움을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 세 번째 콧구멍 아래 테두리가 검붉은 자주색으로 변해요.

엄마가 놀라서 말을 못 합니다. 눈이 커졌습니다. 울 것도 같습니다.

제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걸까요?

엄마는 평소에 내가 하는 많은 일들에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그런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직장 다닌다고 바쁘셨어요.

그래도 잠자기 전에는 꼭 그림책 3권을 읽어줬어요. 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가 회사를 그만뒀는데 집에 엄마가 있어서 좋아요. 집에 있지만 엄마는 늘 뭔가를 한다고 바빠요.     

다른 엄마들은 공부하라는 말을 늘 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혼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요...

나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관심이 없나 봐요.     

이번에 성적이 떨어졌는데 '열심히 했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잖아요.

진짜 관심 없는 거 맞죠!

처음에는 공부하라는 말을 안 들어서 좋았는데요. 다른 엄마들이 다 하는 말을 안 하니까

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포기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다른 아이들이랑 내가 좀 다르게 콧구멍이 세 개니까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요?     


 “동전..... 네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 성적이 떨어진 네 마음은 얼마나 속상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 다음에 잘하면 되니까. 엄마는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구나. 그런 마음으로...... 엄마는 그런 마음이었군요.

내가 친구들보다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니까 남들에게 창피한 딸로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게 맞나 봐요. 내가 맘 아픈 게 더 속상했나 봐요..

히잉.... 엄마....... 아, 미안해요.....

입술로 소리 내서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못 했어요.

조용히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혼자 집으로 왔어요. 엄마는 내가 한 말에 놀랐나 봐요.

할머니랑 이야기하다 오겠지요. 할머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엄마에게 엄마니까요.

         


잘 우는 아이. 송호.


혼자는 너무 무서워요. 힘들어요.

10살이 되었어요. 친구들은 혼자서 잘하는 것들이 많아요.

어떻게 혼자서 해요? 집에서는 엄마가 다 해주는데 학교에 가거나 친구들과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번 봄소풍을 가서 물통 뚜껑을 열지 못했어요. 꼭꼭 잠겨있었거든요. 목이 너무 말랐는데 물을 하루 종일 못 먹었어요. 집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열어달라고 해서 겨우 먹었어요.

선생님이 물통도 안 열어줬다고 엄마가 화냈어요.

태어날 때부터 약했데요. 엄마가 음식을 특별히 골라서 줘요. 몸에 안 좋은 건 못 먹게 해요.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으면서 빙수랑 음료수 먹은 거 듣더니 친구들이 먹는 거 똑같이 먹지 말래요. 불량식품이 있다고. 친구들은 저보다 건강해요.

저는요. 잘 넘어져요.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없어요. 멍도 잘 들어요.

집에 가면 늘 책상에 앉아있어요. 과외 선생님들 시간에 맞추다 보니 학교 마치고 깜깜할 때까지 수업하는 날이 많아요. 밥 먹고 바로 자요. 다음날 학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엄마가 늦게 일어난다고 계속 화내면서 깨워요. 잠이 오는걸요.

남자는 태권도를 배워야 된다고 해서 다녔는데요. 친구들이 힘도 없고 잘 넘어진다고 놀려서 그만뒀어요.

엄마가 나쁜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 이랬어요. 그래서 운동은 안 해요.

엄마가 좋은 친구들 만들어 준다고 했어요. 동전이랑 기범이 엄마와 엄마가 아는 사이예요.

기범이는 못하는 게 없고요. 동전이는 참 착한 아이예요. 엄마가 만나도 되는 친구랬어요.

엄마 말이 다 맞아요.     

“송호야!”

밖에서 누가 날 부르는데요?

by 빛날 (엄마가 너를 정말 사랑해.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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