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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May 31. 2024

혼자 타는 자전거

함께여서 배웁니다.

“송호야, 자전거 타러 가자!”

기범이랑 동전이 덕이랑 같이 왔네요.

“나 자전거 못 타는 거 알잖아.”

“자전거 샀다면서.”

“음. 엄마가 어린이가 타는 것 중에서 제일 비싼 자전거라고 했어.”

“우리가 도와줄게. 같이 가자.”

“기범이랑 동전이 왔네. 친구들이 도와준다니 고맙네. 송호야 같이 가서 타고 와.”

“네”

엄마가 아마 친구들 엄마에게 부탁했을 거예요.

늘 그랬어요.      


송호는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내 탓인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요.

시어머니도 남편도 내 탓이 아니라고 했지만 눈으로 말했어요.

"너 때문이야. 좀 더 신경 썼어야지. 엄마답지 못하게.... "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랐어요.

내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다짐했어요. 공부도 잘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들 만들 거라고.

그래도 아들 낳았잖아요. 딸 많은 집안에서 며느리 봤다고 걱정하는 시어머니 보란 듯이 아들 낳았어요.     

송호는 공부를 잘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은 종류별로 다 사 줬어요.

서재에 꽂힌 책들은 다 읽었으니 1000권은 넘게 읽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학원에 보냈는데 적응을 잘 못해서 개인 과외로 수업을 해요.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요. 변호사나 의사는 충분히 되겠지요.     

전 어렸을 때 공부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부모님은 늘 바쁘고 언니나 여동생은 고집이 세고 언제나 나를 놀렸어요. 힘없고 너무 말랐다고. 송호는 그런 소리 안 듣게 하려고 정말 신경 써요. 영양가 있는 음식에, 영양제. 잠자는 시간. 다 체크해서 건강하게 키울 거예요.

내가 받지 못한 사랑, 환경 다 만들어 줄 거예요.

내가 아는 최선의 것으로 다 해 줄 거라고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엄마가 뭔지도 모르고 엄마가 되었어요.

나도 너무 힘들다고요. 그래도 어떡해요. 나는 엄마잖아요. 나도 하고 싶은 게 있어요.

꿈도 있었어요. 하지만 포기해요. 지금은 엄마 역할 잘할래요.

그래야 되잖아요. 그래야 되잖아요.....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짜내고 있어요.

엄마는 그래야 되는 거지요?


"멍멍, 멍멍멍멍멍"

"하하하하. 덕이가 더 빨리 간다. 따라오라는데"

"운동장이 자전거 연습하기에는 역시 좋아."

"자전거에서 손 떼면 안 돼!. 알았지!"

"그래, 그래 지금 잡고 있잖아."

"어어어어 어~~~"

꽈당.

"엉~~ 엉~~ 어. 엄마~~"

"괜찮아. 괜찮아."

"기범아 봤지!, 송호가 우리 교실 지나서 수돗가까지 갔어! 우와 송호 대단한데~~"

"그래, 송호 대단하다."

"멍멍멍멍~머~엉. 멍멍멍멍멍"

"봐, 덕이도 너 멋있다고 하잖아."

"힝.. 흑... 그으래?"

"그래 사실 조금 전부터 계속 손 놓고 있었어. 너 혼자 간 거야."

"정말?"

"그래, 조금만 더 해보자."

"그래도 손 놓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다시 해보자."     

덕이가 운동장 안쪽으로 뛰어다닙니다.

기범이의 자전거가 앞서 가고 송호의 자전거가 조심조심 굴러갑니다.

동전이 송호의 자전거를 밀어주다 손을 놓고 씩 웃으며 한참 송호를 바라봅니다.

동전도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 뒤를 따라갑니다.


달이 얼굴을 내밀었어요.

해에게 집으로 들어가라며 웃으며 인사하는 시간입니다.

노란빛에서 주황의 빛으로 하늘이 물들어 갑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동전과 기범과 송호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식혀줍니다.

강아지 덕이의 팔랑이는 귀에도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송호는 오늘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by 빛날 (홀로서기는 함께여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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