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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un 07. 2024

별빛 쏟아지는 하늘

아침부터 코가 움찔움찔합니다.

세 번째 콧구멍 아래 점처럼 보이는 테두리는 이미 진분홍으로 변해있습니다.

달콤 달콤 향이 밤새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지금까지 향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캬~아아아아악. 정말 말이야!"

"엄마, 진짜 귀여워요. 이거 탈 수 있어요?"

"네, 타면 됩니다. 여기 줄 서면 됩니다요~."

인상 좋은 푸근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활짝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여기가 어디게요?

캠핑장입니다.

포니라는 귀여운 말이 있어요!

말을 탈 수 있고 별도 관찰할 수 있다고 했어요.

주말과 공휴일이 이어지는 날에 그냥 집에서 보낼 수 없다는 엄마와 친구 엄마들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물론 기범이와 제가 캠핑을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투정 섞인 말을 던졌지요.

한 번 결정을 하면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하는 엄마와 친구 엄마들은 '포니'라는 말을 탈 수 있는 신기한 캠핑장을 찾아내고 예약을 합니다. 이렇게 기범이와 송호, 우리 가족. 이렇게 세 가족이 모였습니다.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태연이는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반전은 체육관에서 1박 수련 캠프를 갔습니다.

해로는 집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너네, 물총 가지고 왔어?"

"응, 이번에 새로 샀어. 물총이 엄청 커서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어."

"기범이 물총 진짜 크네. 가방인데?"

"우리 엄마는 무거우면 들고 다니기 힘들다고 작은 권총으로 사 줬어. 기범이 물총이 제일 크고, 그다음 동전 물총, 내 권총 물총이 제일 작다. 으흠....."

"송호야 작다고 물총 싸움에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우리 열심히 해 보자. 내가 이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외국에 오랫동안 출장을 가셨던 송호 아빠도 잠시 휴가를 받아 캠핑에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한 기범이는 얼굴에 기쁨과 행복 가득입니다. 송호 아빠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아주 조용하신 분이네요. 열성적인 엄마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우리 아빠는 뭐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요. 무인도 가서도 잘 살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역시 캠핑장에서도 남다른 움직임입니다. 우리 집 텐트가 가정 먼저 세워졌어요.

엄마는 텐트가 정리되자마자 식사 준비에 돌입합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제가 누굴 닮았겠어요? 시원한 수박을 큐빅 모양으로 잘라 간식으로 먼저 주시네요.


수박이 달고 시원합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붑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커다란 잎사귀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연못 옆에는 햇볕이 하늘에서 쑥 내려오고 있고 한쪽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햇볕 가득한 자갈 마당 쪽에서 물총놀이를 합니다. 수돗가가 가깝기도 합니다.

얼마 전 학교 운동장에서 물총싸움을 했어요. 그때는 확실하게 졌지만 이번에는 이겨보려고요.

기범이가 못하는 운동이 없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작고 귀여운 말. 포니를 탔어요.

캠핑장 사장님께서 우리를 안아서 말에 태워주시고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았어요.

말을 탄 느낌이요? 처음에 살짝 긴장이 되었는데 무서워하면 말도 저를 무서워할 것 같아.

"포니야.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너 참 예쁘게 생겼네. "

혼자서 작은 소리로 들릴 듯 말 듯 중얼중얼거렸어요.

말하면서 저도 편안해지는 거 있죠. 작은 말 포니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면서 세 번째 코끝에서 민트초코향이 나요. 연두의 색으로 변하네요. 마음이 편하고 좋으면 연두와 초록의 색으로 섞이기도 하고 연두의 색이 되기도 해요.

송호는 무섭다고 안 탄다고 하더니 제가 타는 걸 보고 제일 작은 말을 골라 탔어요.

내릴 때는 하나도 무섭지 않고 재미있다네요. 재미있는 건 친구들과 함께 하면 더  재미있어져요.


물총에 물을 장전합니다.

세 명이서 이리저리 쏘고 또 쏩니다. 역시 큰 물총이 좋긴 하네요. 처음에는 물을 가득 채운 기범이가 유리했는데요. 무겁다고 물을 반만 채우면서 제 물총의 양과 비슷해집니다. 할 만한 게임이 됩니다. 송호는 작은 권총 물총이라 자주 물을 채우러 수돗가에 살다시피 합니다. 조용한 송호 아빠가 어디서 물총 하나를 들고 들어오십니다. 그러더니 기범이와 우리 아빠도 같이 물총을 들고 합세합니다. 판이 커졌습니다. 뜨거운 캠핑장 자갈 운동장에 물이 뿌려지면서 뜨거운 열기가 녹아내립니다. 시원하게요. 옷도 마당도 젖어 갑니다.

우리의 고함소리와 웃음소리가 함께요.


엄마, 아빠들이 함께 만드신 맛있는 음식으로 세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캠핑장에 방송으로 사장님이 말씀하십니다. 별을 보러 오라는데요.

가족들 모두 손잡고 별을 보러 갑니다.

그냥 하늘을 봐도 별이 정말 많아요.

고개를 완전히 젖히고 하늘을 향해 봅니다. 왼쪽으로 돌아봅니다. 오른쪽으로도 돌아봅니다.

모두가 별입니다. 하늘에 별이 쏟아집니다.

사장님이 계신 곳에 가보니 커다란, 아주 커다란 망원경이 있습니다.

별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한 사람씩 망원경으로 하늘에 있는 별을 보게 해 주셨어요.

아주 가까이 있어요. 손을 내밀면 손끝에 닿을 것 같아요. 별이 날 향해 웃고 있어요.

시끌시끌하던 우리가 한순간 조용해집니다.

말없이 별을 본 감동에 취합니다. 텐트로 돌아오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예쁘다. 그렇지?"

"난 천문대에 가서 본 적 있어'"

송호가 엄마와 함께 가서 봤다고 자랑을 하네요.


텐트로 돌아와서 어른들은 어른의 음료와 음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노트북으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팝콘과 음료를 먹습니다.


영화가 끝이 나니 개구리가 울고 있습니다.


살포니 눈이 떠집니다.

짹. 찍. 찍. 새소리가 들립니다.

밖에 나와보니 기범이가 벌써 일어나 캠핑 의자에 앉아 뭔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어젯밤에 망원경으로 본 하늘과 별을 그리고 있습니다.

"종이랑 색연필 써도 돼? 나는 안 가져왔어"

"그래."

"나는 포니 그릴 거야."

"그래"


'말없는 녀석. 좀 길게 이야기해도 되는데.... '

말이 많지 않아서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저도 옆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아침을 먹고 나니, 피자를 만드는 체험이 있다고 해서 참여합니다.

재료를 팍팍 뿌립니다. 만들어서 가져간다고 합니다.

송호는 좋아하는 재료가 별로 없다고 조금만 넣네요. 피자에 얼굴을 그려봅니다.

동그란 소시지는 눈이 되기고 하고 통통하고 붉은 볼이 되기도 합니다.

각자의 솜씨를 발휘한 피자를 오븐에 구워 포장해 주십니다.

점심을 먹고 캠핑장을 떠나옵니다.

포니야 안녕.... 또 올게...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세 번째 콧구멍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움찔움찔 뭔가 꾸리꾸리 냄새가 올라오는데 코끝 테두리가 검은색으로......

by 빛날 ( 풀꽃에게... 하늘에서 별비가 내려.... 이 비 너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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