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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ul 29. 2024

산청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

'인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산청에 와서 여러 사람과 동식물, 사물을 만납니다.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생물과 무생물이 있습니다.


이사를 하고 주소이전을 하려고 면사무소를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해도 되지만 집가까이 있기도 하고 면사무소 구경도 할 겸 직접 갔습니다. 이전을 하니 직원이 전화번호를 하나 줍니다. 이장님 번호라고 합니다.

'00에 이사 와서 전화드립니다'.라고 말하면 된답니다.

시골에서는 이렇게 하나 싶어서 그 자리에서 전화드렸습니다.

"00에 이사 왔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연락처 가르쳐주셔서 전화드립니다."

"네"

처음에는 안면도 없는 분께 무엇을 이야기해나 싶어 전화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에서 이사 왔고 무슨 일을 하고 직장 주소는 어디고... 등등의 시시콜콜 개인의 사생활을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이사했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이후에 주민으로 알아야 할 산청의 여러 사업 내용. 안내. 정보들을 문자로 보내주셨습니다.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지역 분들이 있습니다. 꽃꽂이 선생님, 회원 분들 중에는 농사를 지으시는 분,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 부녀회장님, 직업이 다양합니다. 이사하면서 새로움으로 만나는 분들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접해보지 못한 직업의 분들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인연'이라는 뜻이 이렇게 있습니다.

인연(因緣)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3. 일의 내력 또는 이유


계속 만나는 인연이 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습니다.

펜션 입주민과 사장님, 직장에서 업무와 관계되어 만나는 분들, 새들과 식물. 경호강, 강아지는 일상을 함께하는 인연입니다. 아, 거미와 불빛에 달려드는 벌레들도 일상을 공유합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사랑하는 강아지...그리고 불편한 동거인

스쳐가는 인연은 펜션에 머물다 가신 손님들, 강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펜션 안 수족관), 마트, 장날에서 만나는 인연이고요.

사물(무생물)과 인연도 있습니다. 시골에 이사 와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입니다. 호미와 농기구, 꽃밭에 물 주는 기다란 호수 꽃가위, 카페 책상, 아주 편안한 의자 등은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스쳐가는 인연, 일상을 공유하는 인연 모두 감사합니다. 불편한 것도 있지만 필요해서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험을 많이 할수록 능력치가 상승되지 않겠습니까?

시골에서 삶이 아름답고 평화로움도 있지만 이면에는 숨은 노력이 있습니다.

펜션에서 사장님이 바쁘시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있습니다.

더운 날 청소를 한다고 움직이면 옷에 땀이 다 젖어 있습니다. 볕이 좋은 날 이불을 널고 있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쉽기만 한 건 아닙니다.

볕이 좋은 날.

꽃이 예쁘지만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고 창을 통해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지만 거미도 열심히 테라스에서 자기 일을 합니다. 농작물이 잘 자라 수확을 하면 흐뭇하지만 개미란 녀석에게 물리면 진짜 아픕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흙속에 기어 다니는 벌레, 날아다니는 벌레 모두 인연입니다.

익어가고 새롭게 피어나고.


불교에서 인연에 대해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고 합니다.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돕는 힘....

이렇게 새롭게 만난 인연들로 경험치가 늘어나고 적응을 하면서 배우고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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