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지리산 천왕봉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아주 힘든 산은 아니어도 적당한 산행은 즐깁니다. 큰 두려움 없이 도전했다가 법계사에서 발길을 돌려하산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정상을 가보지 않은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안 되면 되게하라!'는 군인정신으로 살았거든요.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중도하차해도 괜찮다는 것을 나에게 허락했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법계사는 해발 1,4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입니다. 중도 하산이라도 칭찬해 줄 만합니다. 사찰에서 보는 경관이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기에 아주 만족한 산행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산행을 가게 되었는데 다시 지리산입니다. 둘레길의 편한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일요일 반나절만 가는 산행을 한다기에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중산리 등잔봉이 목표입니다. 산악회 고문님께서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이었다는데 20리(8km) 길입니다. 어린아이가 왕복 16km를 산을 넘어 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참 대단합니다. 그 아이는 커서 히말라야를 몇 번이나 다녀오는 산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단풍이 한창인 시기는 지나서 낙엽이 층층이 쌓여있습니다. 바위와 돌들이 많은 산길인데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함께하는 오후 일정이 빠듯해 등잔봉에서 살짝 옆 길 작은 봉우리에서 마무리를 하고 내년 10월 단풍이 한창인 날을 기약했습니다. 물론 하산하면서 점심으로 맛있는 닭칼국수 한 그릇 따뜻하게 삭 비웠습니다. 중간중간 지역 막걸리 한 모금하는 재미도 잊지 않고요.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산행은 통하는 게 있어 참 기쁘고 즐겁습니다.
겨울의 길목에 있는 11월 마지막주인데 햇살이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땀다운 땀을 흘렸어요. 운동으로 땀을 흘려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니까요.낙엽이란 낙엽은 충분히 보고 밟았습니다. 사각사각. 부시럭부시럭... 소리를 내면서... 소나무는 여전히 푸른색의 울창한 모습으로 늠름하게 서 있고 작은 돌멩이들은 겨울왕국의 트롤의 모양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나무와 함께 잔치를 벌일까요? 내일은 다른 자리로 굴러가 놀고 있을까요?
휴일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뭔가 공기가 다릅니다. 느낌이요. 책상도 그 자리 그대로. 연필. 독서대, 노트북. 마시고 있는 커피, 머그잔 모두 그 위치 그대로인데 무엇이 다를까요?
온도. 방 안에는 난방이 시작되었습니다. 강물은예전보다 물이 빠졌고 강 옆 식물, 나무들 색이 갈색, 고동색으로 변했어요. 간혹 푸른색과 살짝 붉은색이 보이는 잎이 있지만 풍성한 잎사귀가 떨어져 나가 앙상한 나뭇가지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주일 후면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 되는군요.
아, 한 달 후면 12월 25일. 산청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받은 날이 됩니다. 삶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대구 사는 50년 토박이가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을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자신만 준비된다면 어느 지역이든 무엇을 하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굴러가는 공처럼. 굴러가는 트롤처럼.(영화 겨울왕국의 작은 돌 캐릭터)
그러고 보니 트롤의 모양은 동그랗지 않은데 굴러가네요. 꼭 동그라미만 굴러간다는 법칙은 없으니까요. 조금 각이 있어도 굴러가고, 자꾸 굴러가다 보면 더 잘 굴러간다는 공 모양의 동그라미가 되겠지만 걷다시피 느리게라도 가다 보면 저절로 굴러지는 흐름으로 가나 봅니다. 그게 세상 이치일지도...
자연을 만끽하는 이 순간, 나도 같이 자연과 더불어 흘러가는 대로 맡겨봅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용쓰며 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이 최선임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겨울이 오는 길목입니다. 강을 누리는 아름다운 펜션에서쓰는 글과 사진들이 읽는 여러분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