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쏟아지듯 흩날리는데 땅에 닿으면 사르르 녹습니다. 다행입니다. 산길, 시골길을 운전하는데 어려움은 없겠습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역도 꽤나 있었는데 첫눈이 팡팡 쏟아지는 다음날 전라도 광주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못 온다고 연락 왔다가 다시 시간을 늦춰 오기로 하면서 모임이 이루어졌습니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도 눈이 왔다가 비가 왔다가 맑았다가 날씨가 어지럽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쉬는 날 저는 고속도로를 달려가야 할까요?
업무적인 일이 아닙니다. 저는 쉬는 날이지만 경기도에서 오는 친구는 출근을 하지 않고 내려오는 중이며 광주에서 서점을 하는 친구는 책방 문을 닫았습니다. 세 명이 모이는데 친구 두 명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오랜 친구입니다. 저는 이번이 두 번째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글과 관련된 일은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글쓰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요. 첫 만남부터 그렇게 재미있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약속을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험한 날씨에 꼭 만나야 하는 절대적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노는 거잖아요. 자영업을 하는 두 친구가 직장인인 제시간에 맞춰주었습니다.
운전하고 가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와이퍼를 봅니다. 꼭 가야만 하는지 나에게 물어봅니다. 앗!, 이유를 찾았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인 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오 마이 갓..... 정말 아름답습니다. 절경입니다. 이런 날 이렇게 나오지 못하면 볼 수 없는 하늘, 만날 수 없는 설산, 눈에 쌓인 마을의 지붕들. 나무들...
잠시 지리산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주변 사진을 찍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에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 담기지 않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집 앞이 지리산 자락이지만(경남 산청) 지역에 따라 쌓이는 눈은 다르니까요. 전북 남원에 위치한 지리산 휴게소에서 외투를 여미며 겨울을 느낍니다.
광주 송정역에서 친구를 만나 전남 담양군으로 이동을 해서 세 번째 친구를 만났습니다.
담양에 사는 친구는 마지막 단풍을 보게 해 준다고 단풍로드로 안내합니다.
신기한 게 단풍을 보는 그 시간에는 햇볕이 반짝합니다. 날씨마저 우리의 흥을 채워줍니다. 외국에 사는 친구들 오면 가끔 가이드를 해준다는데 정말 잘 안내해 줍니다. 담양의 맛집도 가고 카페에 가서 한참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들이라 술술 대화가 이어집니다.
세 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철이 좀 없습니다. 다른 말로 참 순수한 친구들입니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들.... 각자의 일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능력 있는 친구들인데 허당 끼는 다 있습니다. 너무 완벽한 포장을 하지 않기에 갑옷을 두룰 필요가 없어서 편한 것 같습니다. 감탄을 모두 잘합니다. 특히 자연에요. 모두 섬세한 부분이 있기에 예민하네라고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눈,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친구는 오랜 세월을 함께했기에 눈빛, 표정, 행동으로 친구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저를 사랑하는 친구가 소개했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묻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 이런 믿음... 쉽지 않는데요. 두 친구의 신뢰가 참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이 모임에 함께해서 참 좋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를 소개해준 친구도 참 고맙습니다. 저를 믿어준 거잖아요.
믿음이라는 것. 가족도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믿음이 있을까요? 그래요. 우리는 매일 해가 뜬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밤에는 달이 뜨고 겨울이 오면 춥다는 것을 알고 겨울옷을 입습니다. 바람이 부니 강물이 빠르게 물결을 그리며 흘러가고 겨울이 되니 오리가 다시 강을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국화가 노랗게 아주 예쁘게 피고 진한 향기를 뿜습니다. 추워도 할 건 하는 자연입니다. 그 계절에 맞게 적응하는 자연과 사람.
인위적인 행위들이 사람과 자연을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 흐름에 따라 오늘을 보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의심하고 방어하는 마음이 시골에 오면서 조금씩 벗어집니다.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이 행복이며 감사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