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고 있는 어린 상추가 얼어서 이번생에 삶을 다했습니다. 상추 모종을 11월에 심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작은 비닐하우스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2~3일 전만 해도 숨을 쉬고 있었는데요. 이틀 전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날씨가 정말 추웠나 봅니다. 여름처럼 사랑과 관심을 주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여름에 사용한 상토에 그대로 심었는데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니 흙이 촉촉하기에 물을 아주 드문드문 주었습니다. 여름과 성장이 확실하게 다릅니다. 아기 상추가 조금씩 조금씩 자랐습니다.
많은 농작물을 키워보신 분께 상추를 보여주고 여쭤봤습니다.
"상주가 잘 안 자라요. 비닐하우스가 있어서인지 수분이 있어서 물을 잘 주지 않았어요.
가끔 상추에게 가면 사랑한다고, 고맙다는 말은 했는데요."
"영양도 부족했고 상추는 물을 많이 먹고 큽니다. 상추 그만 힘들게 하고 그냥 정리해요."
"아........ 네, 그럼 상주 잘라서 샐러드로 먹어야겠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요.....
오늘 아침에 가위를 들고 갔더니 상추 잎에 하얗게 수분이 붙어 얼음이 되었습니다.
아... 미안.. 이렇게 너를 보내게 되는구나....
시골살이 초보에, 농작물을 키워보지 못한 초보가 겨울을 보내며 상추도 같이 하늘로 보냈습니다.
펜션에서 사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에 이사 와서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데 집 앞 강물이 줄어 숨어있던 돌들이 드러나고 갈대가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강물에 헤엄치는 새가 흰색이 아니면 다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잉꼬들도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새 가족들도 헤엄을 치고 있는데 오리라고 했더니 오리는 아니라고 합니다.
아는 새는 오리, 백로, 까마귀, 참새, 가마우지...... 강물에 헤엄치는 새는 오리, 백로로 퉁치고 하늘에 날아다니며 마당과 나무에 앉아 노는 새는 까마귀, 참새라고 말합니다. 작고 예쁜 새들이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흰색에 푸른빛. 아침에 새들이 앉아 노는 것을 봅니다.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데 독수리처럼 쫘악 날개를 펴는 게 아니라 처음 출발은 푸득푸득 뭔가 허술하게 날아가는 새들이 꽤나 있습니다. 중간 비행도 뭔가 힘겹게 보이다가 점차 하늘로 올라 날아갑니다.
새라고 처음부터 잘 날아가는 건 아닙니다. 그런 허술한 모습의 새를 보면 그냥 웃습니다. 허당끼 있는 나랑 비슷한데!? 완벽하지 않음에 그냥 동질감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나만 2% 부족한 거 아니네.. 뭐 그런....
아름다운 경치를 품은 펜션에서의 일상이 휴식이 되기도 하지만 12월, 오후 5시 풍경은깜깜해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조용합니다.
쉬는 날 낮에 보이는 풍경도 차분합니다. 고요....
초록이 시작되는 봄, 울창한 여름. 색색의 가을이 지나간 자리에 겨울이 들어서니 생동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마음도 주변 환경처럼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데 우울이 살짝 오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마음을 아는지 새떼들이 강물에서 낮은 비행으로 찾아옵니다. 슬쩍 웃어봅니다.
업무, 휴대폰, 컴퓨터 우리는 참 많은 시간 스스로에게 쉼을 주지 않는데요. 쉼 훈련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울은 쉼 훈련의 마지막 단계라 좋은 거라고 하네요. 저는 이 고요함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나 봅니다. 신난다는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쉼이라고....
저는 이렇게 쉼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찾아오려는 우울이 싹 달아났습니다. 쉼도 잘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