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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Dec 16. 2024

진심이었어..... 안녕.....

에필로그

 나에게 허락한 삼백육오일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 강에서 만난 다슬기와 물풀, 헤엄을 치는 물고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눈으로 보고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지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창밖을 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하늘에서 날개를 맘껏 펼치고 비행하는 독수리, 송골매, 백로를 보았습니다.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쫓아가다 보니 하늘과 강물이 시선에 들어옵니다. 하늘에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과 하늘색의 하늘이 있습니다. 하늘과 강물 사이에 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물 사이에 갈대와 자갈구역 차지하고 있고요. 중간 세기의 바람이 부는데 강물은 빠른 물결을 그리며 흘러가고 흘러가는 강물 가운데 오리네 대가족이 동동 헤어치고 지나갑니다. 지나간 자리에 잔잔한 파동의 흔적을 남깁니다.


 산 뒤로 해가 쑥 올라오며 세상이 드러납니다. 능선 꼭대기에 주르르 줄을 서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 보입니다. 이 공간에 머물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음을 아는지 맘껏 다 보고 가라고 더 자세히 보여줍니다. 시골살이 일 년쯤 되니 눈이 조금 떠집니다. 자연을 어떻게 만나고 대해야 하는지. 어제의 달은 완벽한 보름달이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깜깜한데 달빛으로 강물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자연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질림이 없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요..... 감탄만 해주면 됩니다. 10년 20년 살다 보면 자연에 익숙해져 감탄이 줄어들까요? 감각이 무뎌질까요? 자연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 같습니다.

by 빛날 (저녁에 뜨는 달, 아침에 뜨는 해)

 겨울에 이곳에 왔는데 다시 겨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며 참 행복했습니다. 시골살이가 궁금했는데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신선한 일상이었습니다. 오렌지 색의 발을 가진 지네를 봐도 이제는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봄에는 마구마구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신이 났고 여름과 가을에는 매일 정리해도 매일 열심히 집을 짓는 거미줄과 거미를 마주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불을 켜 놓고 있으면 날개가 있는 벌레들이 엄청나게 유리창에 붙어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빗소리가 그렇게 좋았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은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알아차립니다. 바람소리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귀하다는 반딧불이와 아주 작은 청개구리도 처음 보았습니다. 청정지역에서 만난 아름다운 강과 산. 바람. 하늘. 별. 해. 달. 모두가 선물이었습니다. 이사 가지 않고 더 머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직장 때문에 산청으로 오게 되었는데 펜션에서 직장까지 출퇴근 거리가 꽤 됩니다. 집을 알아보면서 주변분들에게 이사할 곳으로 지금 살고 있는 펜션 위치를 말씀드리면,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알아보라고 권유를 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을 보고 경치를 보는 순간, 무작정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책 읽고 글쓰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직장까지 거리는 편도 30km 조금 넘습니다. 일반 도로와 시골 비포장도로, 산길로 왕복 60km가 넘습니다. 전혀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강물을 따라 오일장이 서는 마을 중심가를 지나는 출퇴근 길, 여행하는 기분으로 드라이브했습니다. 나에게 허락한 1년의 시간이 이렇게 후딱 지나갔습니다.


 이곳에서 사계절을 지나며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펜션이라 여름휴가기간에는 외부 손님이 오시면 신경이 쓰입니다. 덕분에 아르바이트로 번외 수입이 생겼지만 한 여름의 청소는 힘들었습니다. 청소하는 노하우가 생겼으니 좋은 경험이고 추억입니다. 펜션에서의 최고 미인 입주민, 든든하고 멋있는 입주민 대표님, 펜션 사장님과 함께하는 입주민회의(우리끼리 반상회), 여름휴가철에 손님들이 펜션으로 놀러 오는데 펜션에 사는 우리도 놀러 가자며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간 일. 색다른 소풍이었습니다. 행복에 행복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소중합니다. 나이가 다르고 성격과 성별이 달라도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하나 되면 재미있습니다.

 일 년의 시간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집니다. 아직도 그 꿈속에 지냅니다. 꿈이 현실이 되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글이 저절로 쓰입니다. 갑작스럽게 공모전에 응모를 했는데 덜컥 동화작가라는 명찰을 얻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펜션에서 사는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구독자도 많이 늘었습니다. 행복과 행운이 쏟아지는 시공간입니다.


함께여서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때로는 너무 고요했습니다.

너무 고요해서 좋았고 너무 고요해서 외로웠던.......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적막했던.....


자연과 가까워지는 행복의 시간이었습니다.


2024, 강누리

안녕..........


by 빛날 (너는 특별한 선물)




 사랑과 정성으로 펜션을 가꾸고 관리하신 펜션 사장님의 수고가 곳곳에 숨어 있는 이 공간을 매매하신다고 합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새 주인을 만나게 되더라고 아름다운 이곳은 빛날 것임을.....

머무는 사람에게 사랑과 희망이 되는 공간이 될 것임을 응원하고 믿습니다.

<펜션에서 살고 있는 중입니다>와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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