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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빛날
Nov 18. 2024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마당을 지나 건물을 돌아다니며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주황색의 어닝을 접기 위함입니다. 기다랗게 어닝 옆에 매달려 있는 흰색의 손잡이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다다닥 뛰다시피 움직이며 모든 어닝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잡아 돌리고 돌리고...
어제 오후부터 불던 바람이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붑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 햇볕은 참 따뜻합니다. 바닥에 있는 낙엽, 대나무를 스치고 마당을 지나고 건물과 여러 나무들, 어닝 끝자락을 만나면서 다른 소리를 냅니다. 대나무에 흔들리니 쏴아아 하고, 마당의 공간을 지나며 휘이잉, 쉬이잉 , 풀럭풀럭 소리도 납니다.
늦가을, 겨울을 준비하라고 매서운 바람을 맛보기로 보여줍니다.
강물도 빠른 물결을 그리며 바람에 반응하며 흘러갑니다.
방안에 있으니 따뜻한 햇살과 온기에 쌓여 매서운 바람이 부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이 방, 이 공간이 참 고맙습니다. 며칠 데크에 나가 거미줄을 청소하지 않았더니 공중에 거미줄 한 올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흩날리는 거미줄로 바람이 부는 걸 알아차립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세상과 통하려면 이 계절, 저 계절 다 거치면서 익어가고 완성되나 봅니다.
방금 강물 위로 새들이 단체로 낮은 비행을 하고 지나갑니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니... 호사스럽습니다.
이래도 될까요? 되는 걸로 하렵니다.
내 삶에 비바람이 불던 날 원망을 하고 남 탓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바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디서 불어오는 건지...... 내가 내 안에서 일으킨 바람이었는데요.
대추 한 알도 태풍, 천둥, 벼락을 맞으며 둥글어졌는데 저도 그렇게 네모나고 세모난 마음이 여러 종류의 바람을 맞으며 마음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매서운 비바람
을 맞던
날 오늘처럼 새들이 비행하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찬 바람에 온몸이 시리다고
느꼈겠지요. 햇볕도 따뜻한 것도 모르고요. 비바람, 태풍, 천둥.... 대추만 통하였을까요?
사람인 우리도 같이 자연과 통하면서 세상과 통하고 있음을 바람을 통해 다시 알아갑니다.
색색의 옷을 입는 가을을 눈으로 맘껏 즐기고 온몸으로 계절을 느끼며 펜션에서 오늘 하루 새롭게 시작합니다.
by 빛날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햇살이 함께함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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