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아름답지만 늙음은 질기다. 귀여웠던 아역배우가 나이가 들면 실망스럽다. 어머나 저 애가 저렇게 늙어버렸네. 세월 참!
헤세의 '단계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우리가 살아가도록
보호하고 도와주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보이지 않는 신의 가호 속에 성장했음을 인정한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꼈던 막막한 순간들을 통과하고 지금 살아남았다. 그리고 추억할 수 있다. 위태위태한 그 순간에 나에게 바로 정답을 주지는 않았어도 나를 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담담히 응원하고 있었음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었겠지. 물론 절대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허허벌판에 홀로 서서 느꼈던 그 막막함으로는.
이제 반드시 맞이하게 될 죽음의 시간까지 청춘의 만발한 설레임과는 작별하고 가을처럼 노을처럼 바람처럼 짧지만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