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모든 길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 간다.
9월이 되어도 더위는 꺾이지 않았다.
삼복더위도 지났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더위를 뚫고 나가야 할
약속이 생겨서 부평역 근처로 가게 되었다.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부평역 앞에 가 보았다.
부평역 앞에 빅이슈 아저씨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나??
이 더위를 이겨낼 용기가 없었다.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알게 된 나는
청년이 운영하는 카페로 들어갔다.
어?
빅이슈 아저씨가 일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날 기억하는지
'청년 덕에 요즘 애들이랑 말이 통하는 것 같아.
나 아들이랑 이제 연락해.
카페 자주 놀러 와!!'
어렴풋이 예상은 했었지만
그 둘이 부자지간은 맞았나 보다.
카페를 나와 집을 가는 길에
엄청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소름이 돋아
빠르게 집을 향해 가는데
또다시 그러한 기운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어두운 연기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연기가 나를 향해 삼키려고 하자
무의식적으로 종을 흔들어 버렸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어두움을 감쌌고
빛 속에서 찢어지는 절규가 들려왔다.
'나이스 캐치.
누구보다 삶의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구나, 너.
오래간만에 악귀를 처단했네.
수고가 많아.'
사자가 나를 보면서 박수를 쳤다.
살겠다고 종을 쳤는데,
부유령이었던 것이다.
다행인지 어부지리로 인해
네 번째 부유령의 인도는
내 삶의 의지로 얻어걸렸다.
금수저 집안의 아들이
또다시 일을 낸 것이다.
두 명을 사망케 한 장본인,
간호사 형의 가해자였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그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음주 후 운전을 하다 전봇대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렇게 그의 영혼은 사자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났고
단순한 부유령이 아닌 악귀가 되어 버렸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를 대기실로 보내버렸다.
사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죽어야
악귀가 된다고 한다.
부유령이어야 하나 이미 영혼은 찌들어 있었다.
내가 인도한다 하더라도,
육체는 그 악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차라리 육체가 힘을 다해 그 악귀가 자연스레
소멸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VIP 실에 입원한 그는
더 이상 부모의 방패 안에 있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와 그만 있던
병실의 산소호흡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그렇게 멈췄다.
나는 같은 날 서로 다른
부자를 알게 되었다.
사자의 목소리가 나를 가득 채웠다.
'그 누구의 걱정을 받지 못한 채
환생이라는 희망도 갖지 못할 것이다.
매일 살이 에이고,
칼바람에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