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했고 소란하고 소란할 것이다.
나와의 전투로 인해서.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요.
누구한테 먼저 말해야 하지?
일단 투두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나?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잡생각이랄까요?
일단은 먼저 오전 진료를 받은 이후로
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고는
이제는 내 안의 다른 이를 덜 볼 수 있겠다는
농담을 하더고요.
제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였나 싶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가족들에게 말을 할까 했지만,
가족들과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아서
사실 ADHD임을 말하진 않았어요.
언젠간 말하겠지???
라고는 했지만 딱히 말하진 않을 것 같아요.
친구들은 생각보다 다양했던 것 같아요.
'헐, 네가 그러면 나도 검사를 받아 봐야 하나?'
'그래도 너, 남의 말 잘 듣지 않아? 의외네.'
'아 그냥 정신없는 앤 줄 알았는데, 이유가 있긴 있었구나?'
'난 네가 그냥 세상 쿨가이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네.'
'어쩐지, 뭘 그렇게 이것저것 하더니만.'
이런 반응들 말이죠.
성인 이후에 만난 지인들은
의외라는 듯한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커다란 고양이씨는 차분하게 말을
잘해서 그런 걱정 없는 줄 알았어요.'
'늘 밝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부에서 많은 소란이 있었네요.'
내가 생각보다 차분했구나,
내가 생각보다 밝았구나.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요.
그 와중에 나는 나를 잘 포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죠.
주변에 ADHD 아웃을 하기 시작하니
다양한 짤, 영상들을 보내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와 이거 너무 정신없는데 너도 그래?'
수많은 생각들이 들어갔다 나가는 그러한 영상이었는데요.
'어, 그렇긴 해. 근데 사실 예전엔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어.'
라고 말을 하니,
참 힘들었겠다.
못 알아봐 줘서 미안하다.
그런 말도 들었어요.
사실 나로 인해 더 지쳤을,
나로 하여금 더 화가 났을 사람들에게
그러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 것 중에
약을 먹으면 치료가 되긴 해??
언제까지 약을 먹는 거야???
부작용은 없어?
이런 말들이 제일 많았어요.
사실 완치보단 완화라고 보는 게 정답일 것 같아요.
약을 먹는 동안은 좀 더 완화가 되고
그러고 나서 중요한 일 있을 때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
선택적으로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초반에는 일단은 그런 것 상관없이,
주말 휴일 구분 없이 먹어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약은
내가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
먹는 것이 정답이겠네요.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인데요.
저는 두통과 졸림이 가장 심했어요.
그래서 그 약을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대체하니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약효가 떨어질 때 드는 무기력함?
이런 게 간혹 오더라고요.
그래도 약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개념,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참, 가만히 있어도 험난한 세상인데
나와도 전쟁을 치르고 산다는 게
여전히 정신이 없긴 하네요.
여러분은 자신과의 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