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담 날,
저는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요.
난 ADHD가 맞겠지?
진짜 AHDH면 어쩌지?
난 ADHD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런데 AHDH가 아니면 어쩌지?
이러한 상반된 생각들 말이죠.
병원에 가서도,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저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뒤섞였습니다.
제가 느끼는 어려움이 정말 ADHD 때문일까?
아니면 과한 걱정인 것인가.
차라리 ADHD가 맞기를.
차라리 약으로 고칠 수 있기를,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사전 설문과 정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의사 선생님은
담담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저라면 절대 못했을 것들 말이죠.
그저 들어주기.
쉽지만 어려운 것 말입니다.
저의 과거와 현재,
힘들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자꾸 까먹는 행동과 산만함,
그리고 충동성 등을 말이죠.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담담히 ADHD가 맞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뭔가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간 느꼈던 불편함,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향한 불안감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진단 이후, 저는 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ADHD라는 진단은 저를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저의 특성과 강점을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지치료보다는 약물 치료료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나에게 맞는 약과 적정량을
찾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처음 먹었던 약은 약기운이 없어지면서
우울감이 지속되었거든요.
약을 증감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불면과 두통을 얻게 되어
다른 약으로 갈아타게 되었는데요.
이젠 약을 찾으니 해당 약의
제조회사에서의 제조 및 수급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이전의 약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다행히 그 당시의 부작용은
아직까진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약을 먹기 전과 후가
그렇다면 많이 다를까요??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증상이 해결되진 않더라고요.
마치 CCTV 관제실에서
수십 개의 모니터와 스피커가 켜져 있는 상태가,
5개 정도의 채널이 켜져 있어
그나마 덜 소란스럽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덜 산만해지고,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이
좀 더 되는 것 같아요.
그러한 과정에서
지금의 연인에게 좀 더 집중하고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는 느낌을
주지 않을 것 같아요.
또한 괜히 과거에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그대들에게
가시 돋친 말들을 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