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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Oct 11. 2024

막상 알게 되니 두려워졌다.

낙인이 되어 버렸거든.

네가 ADHD라고?
넌 그냥 즉흥적인 거야.
그래도 일은 잘하고 있잖아!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ADHD 치료를 받고 있는
형한테도 건강염려증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그런가?
내가 너무 자가진단표에
나를 끼워 맞췄나?

ENFP에 나를 구겨 넣은 것처럼

괜히 그런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ADHD 진료에 대한 생각은
기억에서 잊혀 갔습니다.


그냥, 무심코 길을 지나가다가
정신과가 보여 들어가게 된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이 있으나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거든요.

진료나 받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안녕하세요~
처음 오셨나요???

-네.

혹시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나요?

-ADHD 검사와 상담을 받고 싶어서요.

아, 그렇다면 초진이라
설문지, 상담, 검사까지
세 시간 정도 소요되어서요.
괜찮으신가요???

-아, 그럼 다음에 올게요.

이렇게 첫 방문은 종료가 되었습니다.

전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모임 전후에 시간이 남으면
약속장소 근처를 돌아다니다

사람 없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곤 했는데요.
매번 잘라야지,
잘라야지 하다가
미루곤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이야!

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늘 헤어스타일은
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개의치 않죠.

그것과도 같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요.
그렇게 몇 번의 트라이를 하고 나서야
정신과 초진은 예약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어요.

인간의 삶이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의 연속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 보셨다면,
저를 보면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 깨달음을 늘 겪곤 합니다.
글 새롭고,

짜릿하죠.

집 근처에서 도보로 갈만한 데가 있나?
근처 병원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부분 2주 뒤에나 예약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일 빠른 

날짜로 예약을 걸었습니다.

시간 흘러 진료 전날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불과 전날까지 예약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에서 지웠더라고요.
다행히 예약 전날에 온 문자로 인해,
아! 내일 병원에 가는 날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일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있었습니다.
나이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더라고요.
혼자서 온 사람도 대부분이었지
엄마와 함께 온 아들,
딸과 동행한 아빠,
젊은 부부, 황혼의 부부까지
여느 삶의 모습들이었어요.
그냥, 같이 살아가는 거였구나.

감기처럼,

마음도 아플 수 있는데

괜히 잣대를 들이댔나 봐요.


저는 대기를 하면서
다양한 설문지를 작성했는데요.
종이 설문지와 태블릿 설문지를 포함해
거의 3~40분 정도를 한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역시나 adhd 성향이 뚜렷해서
좀 더 심화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컴퓨터로 하는 검사도 있었어요.

반응속도, 순서, 모, 소리를 통해
중력을 다양하게 검사했는데요.
뒤를 이어 뇌파검사까지 마무리 후
adhd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뇌가 많이 피로한 상태라는 말과 함께
우울에 대한 척도도 높게 나왔어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은
그 부분을 더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도 함께
차차 상담해 보기로 했습니다.

난 우울함도 갖고 있었구나.

내가, 나를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미션 클리어한 것 같았어요.

 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해답을 얻은 느낌도 들었고요.

한 편으로는 낙인이 찍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픈 곳이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맞는데,
막상 진단을 받으니,
주변사람들에게
선뜻 말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의 피앙세와,

나의 친구는

나를 보듬어 주었어요.


그렇게 나와 함께 했던
내가 몰랐던 나의 adhd에게
인사를 건네게 되었습니다.
안녕, 그동안 몰라 봐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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