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CPU는 옥타코어
하지만 하드 용량은 4기가바이트
데이트를 하다 보면
'자기는 내게 집중을 잘 안 하는 것 같아.'
라는 소리를 가끔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전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슨 소리야 잘 듣고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매번 잘 듣고 있어.
방금 나온 카페가
맛은 있는데 자리가
불편하다고 했잖아.'
라고 말하곤 했어요.
'어, 듣긴 했네.
자기는 멀티가 잘 되나 봐.
안 듣는 것 같은데
다 기억하고 주변을
다 스캔까지 하는 거 보면.'
이 말에 서운함이 묻어나는 걸
지난 2년간 몰랐습니다.
귀뿐만 아니라,
시선과 목소리도 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사실 전 한 번에 많은 것들,
많은 생각을 동시에
떠올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데이트를 하면서 걷다 보면
옆에서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두 귀를 열곤 하는데요.
그리고 두 눈은 주변 사람들을 보는데,
갑자기, 아까 옷에 묻은
얼룩이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두 손은 물티슈를 찾기 위해
열심히 가방을 뒤지곤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원래 여기에 있었는데 없어진,
없었는데 새로 생긴 곳에 시선이 갑니다.
그리곤 생각하게 되죠.
오, 여기 바뀌었네.
라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게 됩니다.
함께 걷고 있는 저의 피앙세는
방금 나온 카페에 대한 이야기,
다음 주 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는 한 마디를 내뱉게 됩니다.
'자기야, 저기 떡볶이 집에서
꽃집으로 바뀌었네.
없어지기 전에 가볼 걸 그랬다. 그렇지?'
그럴 때마다 당황한 표정을 하며
저를 쳐다보곤 했어요.
혼자 무언가를 할 때도
한 번엔 수많은 생각이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고
가정을 해 볼게요.
열람실에 들어가면서
아, 사람들이 많은 걸 인지하게 되면서
시험기간인가?
사람이 꽤 많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방에서 태블릿과 책들을 내려놓게 됩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주변에 누가 앉았는지 스캔을 하고,
내 앞사람이 뭘 공부를 하는지 쓱 쳐다보며,
뒷사람은 왜 이리 한숨을 쉬는지에 대한 불평을 하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시는 음료수를 보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오지 않은 걸 후회를 하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지,
영어 리스닝을 할지 고민을 하며
태블릿에서 공부할 자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어제 못 썼던 다이어리가 생각나
다이어리를 작성하게 됩니다.
다이어리를 쓰다가
이왕 도서관에 왔으니
책구경이나 할까?
하는 생각으로 책이 있는 곳으로 가곤 합니다.
한참을 둘러보다 자리에 돌아와
쓰다 만 다이어리를 보면서
또 전 생각하게 됩니다.
난, ADHD가 아닐까???
그래, 난 ADHD가 맞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