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화장터 입관실.
나는 미르가 누워 있는 작은 관 앞에 서 있었다.
장례지도사가 매직을 건네며 말했다.
"마지막 인사 나누세요.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요. 관에 마지막으로 할 말도 적어 주세요."
문이 닫혔다.
입관실은 고요했지만 나와 애인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벽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내가 보냈던 미르 사진이 떠 있었다.
한때 내 역작이라고 자랑했던 사진.
그걸 영정사진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미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깊이 잠든 것처럼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털결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분홍색 코는 아직 촉촉해 보였다.
먼저 병원에서 염을 했고, 사후 분비물과 피를 정성껏 장례지도사가 닦아준 덕분이었다.
손을 뻗어 미르의 이마를 쓸어줬다.
차가웠다.
살아 있을 때의 그 포근한 온기는 없었다.
매일 아침 내 팔베개를 하며 잠들던 그 따뜻함이 사라져 있었다.
"미르야..."
목소리가 떨렸다.
"아빠가... 아빠가 잘못했어."
말을 시작하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마지막에 옆에 못 있어서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관 옆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관 위로 뚝뚝 떨어졌다.
미르의 하얀 털 위로 물방울이 번질뻔 했다.
한참을 울다가, 문득 예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고양이, 강아지 별에서 주인의 이름을 몰라
편지가 도착하지 못해 별 안에만 편지가 쌓이는 이야기를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 이야기를 듣고 애들한테 한번씩 내 이름을 말해줬던것 같기도 하다.
'미르가 저 세상에 가서... 나를 찾으려면 어떻게 하지?'
무지개다리 전설을 믿는 건 아니었다.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그런 곳이 있다면.
미르가 나를 찾아오고 싶어도, 내 이름을 모르면 못 찾아오지 않을까.
그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이걸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관 표면에 적었다.
'아빠 이름은 최준혁이야. 나중에 꿈에 찾아 와.'
미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최준혁. 최. 준. 혁."
나는 주문을 외우듯 몇 번이고 반복했다.
"혹시 나중에... 어디선가 아빠를 찾고 싶으면... 이 이름을 불러. 알았지?"
미르의 닫힌 눈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이름을 불렀다.
"최준혁. 아빠 이름이야. 잊지 마."
미르의 얼굴은 평온했다.
마치 내 말을 다 듣고 있는 것처럼.
장례지도사가 문을 노크했다.
"보호자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관 뚜껑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미르를 쓰다듬었다.
털이, 미르가 차가웠다.
"잘 가, 우리 미르. 아빠가 사랑해."
그리고 뚜껑이 닫혔다.
화장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나는 휴게실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적은 그 세 글자가 진짜로 미르에게 닿을 줄은.
그리고 미르가 그 이름을 기억해서, 300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편지를 보내올 줄은.
나는 베개에서 얼굴을 들었다.
천장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바람이의 눈이 반짝였다.
녀석이 내 옆에 바짝 붙어 누워 있었다.
"바람아... 나무야."
나는 바람이를 끌어안았다.
"미르가 봤대. 아빠가 적은 거 봤대."
바람이가 골골송을 불렀고, 나무는 눈을 꿈뻑이며 냐~ 하며 말했다.
위로하는 것 같았다.
미르는 그날 관 뚜껑에 적힌 내 이름을 봤던 것이다.
영혼이 되어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해서 고양이별까지 가져간 것이다.
"고마워, 미르야."
나는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아빠 이름 기억해 줘서 고마워."
창밖으로 별이 반짝였다.
미르가 있는 그 별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