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day Disney Land 20190726
2nd day 20190726
어제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때는 프론트의 직원에게 물었을 때에는 이 방에서 해가 뜨는 것이 보이리라 하였지만 호텔이 정남향으소 서있는 탓에 정동쪽에서 솓는 태양은 방에서 보이지 않았다. 후쿠오카의 바닷가 모모치하마에 있는 우리 집도 같은 상황이다. 해가 떠오르자 사막의 너른 평지 끝자락, 바다를 끼고 솟아 올라 있는 팔로스버디스 언덕에 있는 집들의 창문들이 금빛으로 반짝거렸다.
아침에는 아이들이 늦게까지 못 일어나는 바람에 원래 계획했던 데로 일찍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 아침에 일찍 디즈니랜드에 간다고 하여도 밤 아홉시반에 하는 불꽃놀이를 보고 돌아 온다고 하면 열두시간을 넘게 디즈니랜드에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래 천천히 가자. 방에서 어제 사온 빵으로 아침을 먹고 에어하임 디즈니랜드(Anaheim Didneyland)로 차를 몰았다.
금요일 아침이지만 디즈니랜드에 들어서자 주차장에 들어가는 차들이 이미 길게 줄을 늘어 서있다. 파크 안에도 엄청난 인파다. 피크 시즌임이 분명하다. 입구를 지나면 멀리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의 오로라 성이 보이고 메인스트릿 양 옆으로 상가들이 펼쳐졌다. 여기서 지금도 가지고 있는 하늘색 디즈니 슬리퍼를 하나 사고 두살이 막 지난 수빈이를 무등을 태워 공주님들이 나오는 퍼레이드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때 보았던 캐릭터 퍼레이드를 놓쳤는 데 프로그램표에 오후 3시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그 당시에도 이즈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주로 투모로우 랜드(Tomorrow Land), 판타지 랜드(Fantasy Land), 미키스 툰랜드(Mickey's Toonland)를 오갔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막상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니 긴 시간을 있었지만 파크의 절반 정도 밖에 돌아보지 못했다. 아이는 롤러코스터를 좋아한다지만 메니아급은 못되고 나 또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는 메니아들이 사이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피했다.
우리는 디즈니의 입장권 중 맥스 (Max-pass)라는 것을 사서 미리 예약을 하면 패스트 패스(Fast pass)를 통해빠르게 입장을 할 수 있었만 수빈과 수연은 부모를 닮아 속도감 있는 놀이기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부모가 함께 탈 수 있는 기구들은 패스트 패스가 없이도 줄을 서서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었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놀이 기구들은 고전적이며 사람들에게 조금 인기가 떨어지는, 어쩌면 디즈니가 아니고 다른 놀이 동산에서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수빈이는 회전목마를, 수연이는 돌아가는 티컵(Mad Tea Party)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가 타 본 것 중 조금 속도가 났던 놀이 기구는 수빈이와 나만 탔던 아스트로 오비토(Astro Obitor)가 유일한데 영어 이름을 들으면 딱 와 닿지는 않지만, 한 사람에서 세 사람까지 탈 수 있는 비행기가 회전목마처럼 빙빙 돌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회전목마만큼이나 클래식한 놀이기구이다.
앞에 달린 레이저 건으로 표적을 맞추며 지나가는 버즈라이트(Buzz Lightyear Astro Blasters)와 원더랜드(Wonderland)의 캐릭터들이 나타나는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Alice wonderland) 카트를 탔다. 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잇츠스몰월드(It's small world)는 그간의 빠른 세상의 변화에도 7년 전과 바뀐 것이 없었다. 미키하우스(Mickey House)에 들러 미키와 사진을 찍고, 오로라성의 주인인 오로라 공주를 만나고 길거리에서 도날드덕의 사인을 받았다. 메마른 나의 동심은 타는 듯한 날씨처럼 달아오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대여섯 시가 지나며 지친 어른들(나와 와이프) 사이에서 불꽃놀이까지 꼭 보고 가야하느냐는 일종의 조기 귀가론이 나왔지만 아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곧 철회되었다. 몇몇 가게를 들르고 수빈이의 목걸이, 수연이 팔찌, 컵 등등을 샀다. 수빈이가 고른 목걸이는 5년 전 5년 짜리 생일 선물로 받은 피아노에 이어 곧 다가올 자기의 생일의 선물이라며 졸라서 사주기로 했다.
불꽃 놀이 시간 한 시간 전부터 오로라 성을 바라보고 메인스트릿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홉시반에 시작되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도 오로라성 바로 앞 자리 정도는 안되었지만 메인스트릿의 꽤나 앞 쪽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와 앞 쪽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 데 삼십분 전이 되자 진행요원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모두 일어나 달라고 외치고 다녔다. 물론 그냥 무시하고 앉아 있는 일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어서서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인내심과 질서의식이 강한 일본 사람들은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똑바로 줄을 서고 식당 앞에서 한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긴다. 반면 미국인들은 앞사람과 빡빡하게 줄을 서지 않지만 순서를 지키고 구지 바쁜게 없는 탓에 잘 기다리기도 하고 양보도 잘한다. 중국인은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세워 놓으면 누군가 새치기를 한다. 하지만 막상 버스가 줄은 사라지고 서로 먼저 타려고 입구로 몰려든다. 한국도 내가 어렸을 때만 하여도 지금의 중국 같았지만 지금은 이를 악물고 앞사람이 먼저 타기를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란 원체 성질이 급하고 각박한 탓에 아직도 앞사람이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기다려 주지 못하고 앞서 타거나 뒤로 바싹 붙어 빨리 가라고 재촉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앞사람이 주위를 다른 곳에 팔다가 앞사람과의 거리를 한 두 걸음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뒤에서 한숨을 쉬거나 노골적으로 빨리 가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는 데, 고백하자면 나도 종종 그러하다.
메인 스트릿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데 시간이 되어도 불꽃놀이는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기술상의 이유로 시작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삼십분 전부터 선 채로 기다렸던 사람들이 잠시 웅성거렸는 데, 나는 순간 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여 폭도로 변하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상상을 해봤다. 잠깐의 상상이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은 어른들의 싸움과는 거리가 디즈니랜드이다.
환타스틱! 디즈니의 불꽃놀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그들이 기획하고 표현한 그 단어 그대로 "환타스틱"이다. 매년 전시 때문에 이곳에 와서 근처에 호텔을 잡았을 때 멀리서 보던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보았던 환상 속 세상의 클라이막스이며 그 환상들이 뇌리에 쏟아지는 불꽃들과 함께 깊이 추억으로 세겨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차에서 잠이 들었다. 열한시가 되어 호텔에 도착했고 돌아오는 길에 세븐일레븐에서 산 컵라면을 먹고 전속력으로 꿈나라로 뛰어들었다.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