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종합선물세트
종합선물세트. 어릴 적에 명절 때나 혹은 집에 손님이 오시면 종합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었다. 커다란 박스 안에는 종합이란 말에 어울리게 여러 종류의 간식이 가득 들어있었다. 껌, 초콜릿, 캐러멜, 젤리, 과자, 과자, 과자. 그 안에는 그동안 하나 둘 먹던 과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있었다.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날에는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떤 과자부터 먹을 것인가. 그다음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나는 고민 끝에 고른 과자의 봉지를 뜯어 그 과자를 다 먹고 나서야 다른 과자를 뜯었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아껴 먹고 부스러기까지 모두 입에 털어 넣고는 다른 과자를 집어 들었다.
오늘 종합선물세트를 받았다. 한 제과 회사에서 5월 가정의 달 기념으로 사내용으로 제작한 선물이다. 집에 돌아와 아직도 이런 세트를 만드는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으로 종합선물세트를 열었다. 그 많은 과자를 보고도 과자가 흔해진 것인지, 내가 변했는지, 아주 살짝만 설레다 말았다.
나이를 먹으며 삶의 기쁨은 복잡 다단해진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대신에 기쁨의 역치는 점점 더 높아진다. 작은 기쁨에 그저 크게 기뻐하던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비교하고 의심하고 다른 무엇 더 큰 것이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우리는 결국 제대로 한번 크게 웃어보지 못하고 눈앞의 기쁨을 놓쳐버린다.
오늘 밤에는 대충 들추어 보고 다시 닫아 놓은 종합선물세트를 다시 한번 열어 보아야겠다. 아까의 시무룩한 장면은 컷!으로 삭제하고,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세트의 포장지를 뜯던 그 설렘으로 다시 한번 종합기쁨세트를 열어보자. 우와! 우와! 를 외치며 좋아했던 과자를, 새로 나온 과자를 하나씩 들어보자.
오늘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아 참 기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