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by 다키이 사치요 : #휴머노이드 #공존
어릴 때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 흥미로움의 대상이었어요. 애니메이션 속 로봇은 귀여운 모습만으로도 호감을 자아냈는데, 자신만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기까지 하는 게 무척 대단해 보였거든요.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해내는 로봇도 그 시절 저에게는 블록버스터의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제 스스로가 그런 영웅이 되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까요.
얼마 전 1인 2로봇 시대가 올 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휴대폰을 갖고 있듯이 각자의 로봇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대보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광고하는 영상을 보는데 2족 보행을 하며 사람처럼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의 몸놀림에 소름이 돋았어요. 애니메이션 속 미래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게 서늘하게 다가오다니 나이가 들어서 일까요. 관련 영화나 책을 보면서도 인간을 위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주제를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풀어가고 있어요. 11살의 겐타는 외동으로 동생을 무척 원하는 아이예요. 그런데 어느 날 로봇을 빌려준다는 상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이 상점은 로봇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곳이었어요. 렌탈 기간은 무기한으로,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을 때 돌려주면 되지요. 겐타는 자신의 저금통에 있던 돈으로 동생 로봇을 사게 돼요. 8살 동생 로봇, 쓰토무는 인간처럼 먹고 화장실에도 가며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로봇에서 나오는 특수 전자파가 기억을 바꾸어 쓰토무를 원래 알고 있던 아이로 생각하게 됩니다.
겐타는 처음 한동안은 동생이 생겨서 정말 좋았어요. 목욕 후 TV를 볼 때 앉았던 엄마 무릎까지 양보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느 형제처럼 장난감과 먹을 것 등으로 싸우게 되고, 첫째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넌 형이잖니."라는 말에 힘들어하게 되지요. 결국 엄마와 쓰토무가 둘만의 비밀을 갖게 되었다고 오해하던 겐타는 애원하는 쓰토무를 억지로 끌고 가 상점에 돌려줍니다.
그 후 로봇이 되는 꿈을 꾼 겐타는 쓰토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시 동생을 데려오려 하지만 쓰토무는 이미 다른 가족의 아이가 되어 리셋이 된 상태였어요. 쓰토무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겐'으로 원했다는 것을 듣게 된 겐타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을까요. 그토록 글자를 빨리 배우고 싶어 했던 쓰토무의 마음도 뭉클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언제든 돌려보내질 수도 있는 자신이기에 형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남기기 위해서였지요. 베개 아래에서 발견한 편지의 내용을 함께 읽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숙연해졌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만들어낸 로봇이지만, 외모는 물론이고 마음까지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이 구현해 낸다면 상품처럼 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문과형 인간의 비과학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나는 오늘 형을 매우 화나게 했어.
틀림없이 형은 나를 가게로 돌려보내겠지.
그러면 나는 형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 거야.
그래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나는 형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엄마, 아빠와 형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
사실은 더욱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기를 낳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
나도 아기를 만나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건 힘들겠지.
나는 동생 로봇이니까.
형 로봇은 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안녕이네.
형이 나를 돌려보내지 않는다 해도 말이야.
형, 나를 남동생 하게 해 줘서 고마워.
나를 잊으면 안 돼.
형,
나는 형이
정말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