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_ <실험용 너구리 깨끔이>, 김소민 : #동물실험

by 유재은


한 장의 사진이 한 달이 지나도록 마음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것은 침팬지 바닐라가 감탄하듯 하늘을 바라보는 사진이에요. 동물실험 대상으로 28년간 철창에 갇혀 있던 바닐라에게 드넓은 하늘은 경이로움이었을 것입니다. 망설이다 처음으로 땅을 밟은 바닐라를 안아주듯 토닥이던 대장 침팬지의 영상도 뭉클함을 자아냈어요. 무리에 새롭게 나타난 존재를 경계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바닐라의 고통스러운 삶을 위로해 주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기사를 접한 후 영상을 찾아보며 무고한 동물들의 희생이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바닐라에게, 그리 고 수많은 동물들에게 참으로 미안했고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이 있겠지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과 백신 개발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기는 마음조차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게 뵙니다. 초원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푸른 하늘을 마음껏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그러한 자유를 빼앗는 게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산마루 동물원에 살고 있는 깨끔이도 실험용 너구리입니다. 3년 전에는 화랑산에서 자유롭게 살았는데 독수리의 공격으로 인한 부상으로 자갈 할매가 치료해 준 뒤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지요. 완치되지 않은 채 야생에 나가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깨끔이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슬펐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깨끔이는 자갈 할매의 동생 딱박사가 동물실험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처럼 소인으로 태어나 놀림받는 딸과 35살에도 할머니처럼 보이는 조로증의 누나를 위한 치료제 등을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결국 깨끔이는 동물들과 함께 탈출하게 되지만 친구 흰발이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해요. 불안함을 느끼는 흰발이를 뒤로 한 채 깨끔이가 다시 돌아간 이유는 자갈 할매 때문이었습니다. 탈출 전 자신이 자갈 할매 병을 고치기 위한 실험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동물들은 자신에게 잘 해준 사람을 잊지 않습니다. 깨끔이도 마찬가지였지요.


동화는 깨끔이가 자갈 할매 옆에서 잠드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깨끔이의 마음에 감동하며, 건강해진 자갈 할매와 깨끔이가 둘이 함께 구름까지 점프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며 걸어가면 화랑산에서의 작별도 조금은 덜 슬플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개 마조리>, 데보라 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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