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한 감동_ <살아난다면 살아난다>

_ by 최은영 : #장기기증 #소통

by 유재은


아이들과 동화를 읽고 글쓰기 수업을 한 지 24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동화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를 이야기할 거예요. 출간된 지 10년 이상된 동화가 요즘 아이들에게까지 사랑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게 표지도 올드하고 내용도 옛스러운 데가 있어서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학생들의 별점 평균이 4.5 이상은 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전하고, 엄마가 같이 읽다가 펑펑 울었다며 빙그레 웃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책을 읽기 전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팠던 아이가 친구나 형제 덕분에 낫게 된다는 내용을 상상합니다. 그러다가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도 있지요. 환자복을 입은 아이는 미소 짓고 있는데 오히려 아프지 않은 아이가 시무룩해 보인다고요. 평소 그림을 자세히 살피는 아이들은 앞에 있는 아이 몸에 뒤 아이 가 비치는 것을 보며 영혼이 아니냐는 질문을 해요. 맞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주인공 근호는 넋이 되었어요.


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될 수 있으면 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했다. 친구를 사귀면 아무래도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무엇 때문에 기를 쓰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근호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엄마 소원이니 들어주는 척은 해야 했다.
근호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그럴수록 자전거는 힘을 얻은 듯 속도를 높였다. 근호의 뺨에 봄바람이 닿아 살랑거렸다. 봄빛, 봄물, 따사롭고 향기로운 느낌.
“지금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너는 기계야. 공부하는 기계. 기계에 감정 따위는 없어. 알고 있지?”
엄마 목소리.
“제깟 녀석이 해 봤자 얼마나 한다고. 죽어라 돈 벌어 오는 사람만 애먹지.”
할머니 목소리.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으아아아!”
근호는 두 눈을 꼭 감고, 허리를 낮추며 소리를 질렀다. 페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바로 그때, 덜컹이며 자전거가 길을 벗어나는 듯싶더니 세상을 끊어 낼 듯 끔찍한 소리가 터졌다.
끼이익! (p.20)


사고 직전 근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더불어 고교시절이 떠올랐어요. 대학 입학 전까지는 기계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을 선생님들이나 주변 어른들께 종종 들었거든요. 친구의 힘든 것을 위로해주다 보면 공부에 방해된다고요. 하지만 방에서도 휴대폰 영상을 켜고 친구들과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은 근호 엄마 말을 이해하지 못해요. 오히려 친구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며 근호의 사고는 가족들 때문이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하지요.


근호가 넋이 된 이유는 이승에 원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가족들과 코스모스 핀 길을 걷는 것이었어요. 결국 근호는 영혼과 이야기할 수 있는 703호 할머니를 만나 장기 기증을 결심하고 부모님과 뒤늦은 대화를 하게 됩니다. 새아빠를 받아들이는 게 누구보다 힘들었을 근호. 가족들은 근호를 잃게 돼서야 비로소 서로의 숨겨진 진심을 나누게 되네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가족들이 좀 더 일찍 마음을 나누는 소통을 했더라면 운명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정작 자신은 찍어둔 게 없어 안치당 사진 속에서는 7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장기 기증으로 여러 명의 사람을 살리고 가족과 더불어 넋이 돼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살아갈 힘을 선물한 근호. 살아나고 싶었던 근호는 장기기증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일까요. 여리지만 누구보다 용감한 근호가 전해주는 감동이 무거운 주제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이 와닿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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