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에게 _ <진짜 투명인간>

_ by 레미 쿠르종 : #시각장애인 #소통

by 유재은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 혼내주기, 형제자매 골려주기, 야단맞을 때 사라지기더라고요. 저도 어릴 때는 이런저런 대답을 하며 재미있어했는데, 지금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슬플 거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보다는 지독한 고독 속에 빠진 외로운 사람이 떠오르니까요.


투명인간은 인류의 오래된 상상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러니 이미 수세기에 걸쳐 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 등에서 그려져 왔겠지요. 아프게도 인간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녹록지 않았나 봅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무언가를 쉽게 갈망하는 마음이 그 상상 속에 숨어 있을 테니까요.


현실에서도 투명인간은 존재합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만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다가 파멸하게 되는 판타지 속 투명인간과는 달리, 관계 속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취한다면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짜 투명인간'이라니, 뻔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작가의 또 다른 시각이 마음에 깊은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에밀은 종종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아이예요. 특히 자신의 아들이 제자 중에서 제일 뛰어나기를 원하는 엄마가 피아노 연습을 시킬 때는 더욱더요. 어느 날 에밀은 자신의 실력을 조율 탓으로 여기는 엄마 덕분에 조율사 블링크 씨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시각 외에 다른 감각이 발달한 시각 장애인이었지요. 에밀은 문을 열자마자 자신의 집 냄새와 바지 구겨지는 소리로 자신을 알아보는 블링크 씨에게 놀라 자신이 투명인간이어도 알아챌 수 있냐고 묻습니다.


에밀, 넌 나에게 투명인간이란다.


그날 이후 둘은 아주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색들의 풍경을 보며 에밀은 블링크 씨에게 색깔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어요. '가장 초록색인 것은 맨발로 걸을 때 발가락 사이로 살살 삐져나오는 축축한 풀잎이고, 가장 검은색인 것은 범인이 자수하지 않아서 우리 반 전체가 벌 받았을 때'라고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색깔을 이야기해 주는 에밀과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블링크 씨의 소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아저씨의 세상은 또 다른 별'이라는 에밀의 말은 또 얼마나 마음을 일렁이게 하던지요.


차별을 넘어서는 이해와 소통. 이토록 따스한 책을 읽고 10살 소년이 쓴 글은 20년이 넘는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블링크 씨에게 바닷가를 표현해 주는 글인데,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말랑해지고 웃음이 퐁퐁 피어오르네요.


바닷물은 더운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느낌이에요. 고래는 우리들 보다 커요. 모래는 쿠키를 먹을 때 바삭한 느낌이에요. 갈매기는 바닷가에서 새우깡 주라고 하는 새에요. 색깔은 흰색인데 흰색은 엄마 품에서 자는 느낌이에요. 바닷가에서는 모래성을 만들어요. 모래로 만드는 건데 다 만들고 나면 뿌듯한 느낌이에요. 저는 바다에 가면 물고기를 잡아요. 물고기를 많이 잡고 나면 노을이 지는데 노을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노을은 집에 갈 때를 알려주는 시계 같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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