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살색 별에서 온 외계인 친구>, 장한애 : #우주의 주인 #반려동물
다른 행성의 동물을 몰래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엄마 모르게 신용 코인을 두둑하게 모아둔 주인공은 투명 캡슐 속에 들어 있는 우주 동물을 데려가기 위해 낡은 가게로 갑니다. 험상궂은 얼굴의 주인은 우주 사냥꾼들이 잡아온 신기한 동물들을 보여줍니다. 풀색 행성에서 왔다는 동물이 풀밭처럼 보라색 털로 뒤덮였다고 할 때부터 우리는 눈치채야 했을 거예요. 주인공의 별은 우리 별과 다르다는 걸요. 주인공은 결국 살색 행성에서 온 동물을 집으로 데려 옵니다.
생김새 : 작은 머리 네발 동물
분류 : 희귀종
서식지 : 살색 행성
식성 : 잡식성
특징 : 몸집에 비해 지능이 뛰어나며,
욕심이 많고 난폭해 조심히 다뤄야 함
주인공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보며 '초롱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그의 행성처럼 정성스레 집을 꾸며 줍니다. 물론 동물 키우는 걸 반대하는 엄마에게는 들키지 않게 장난감 우주선 안에 숨겨 두었고요.
처음에는 주인공을 무서워하던 초롱이도 주인공의 진심을 느끼며 둘은 점차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가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초롱이를 위해 주인공은 그를 다시 살색 별로 보내게 돼요.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루었지만 욕심 때문에 다른 생물들을 파괴하며 스스로를 행성의 주인이라 착각하던 살색 행성은 지금은 검은 행성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동화는 마지막 장면의 그림에서 쿵 하고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초롱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주인공이 푸른색의 외계인이었거든요. 초롱이는 바로 우리 지구인이고요.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읽으면 작가가 숨겨 놓은 반전 장치들에 감탄하며 자신만의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지요. 그래요, 몸집이 큰 외계인의 눈에는 우리가 그림 속 우주 동물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구의, 아니 우주의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네요. 원하는 걸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반려 동물을 데려왔다가 물건처럼 쉽게 버리거나 주인이니 뭘 해도 된다는 듯 학대하는 사람들. 무한하다는 듯 마음껏 퍼 쓰는 지구는 또 어떻게 될까요. 정말 이러다가 우리의 지구도 동화 속 폐허 같은 검은 행성이 되는 건 아닐지 반성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고향별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주인이 아닙니다."
- p.21
제가 어렸을 때는 크레파스 색 중 '살색'이라는 명칭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2002년부터는 인종 차별적 표현이라고 해서 '연주황색'이 되었다가, 다시 2005년부터는 어려운 한자어라는 아이들의 진정서로 '살구색'이라 부르게 되었지요. 처음 색깔 이름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동안 차별적 언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에 대한 성찰의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이 책도 제게 다시 한번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짧은 동화였지만 고학년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학년에 맞는 동화란 없다고 생각해요. 고학년이 무조건 글밥이 많은 동화를 읽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다 읽었다는 저학년의 아이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림 동화책을 읽는 고학년의 아이가 주위의 시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런 아이를 놀리는 친구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해요. 두꺼운 벽돌책을 읽으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얇은 책을 읽는 아이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권장도서목록에 맞춰 그조차도 선행하여 읽히려는 부모님을 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책만은 아이들이 공부처럼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해야 할 일들로 힘든 아이들인데 책으로나마 쉬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