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by 임지형 : #독서 #금지
"공부해. 숙제해. 얼른 씻어. 동생과 놀아줘. 방 치워. 해라 좀!"
해야 하는 것들은 대체로 하기 싫은 게 많습니다.
그런데 하지 말라는 건 왜 그렇게 또 달콤한 일들 뿐일까요.
"게임하지 마. 영상 그만 봐. 먹지 마. 놀지 마. 빈둥거리지 마."
듣는 것만으로도 뾰로통해지는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독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전자에 속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 좀 읽어라."라니. 게다가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고 어휘력이나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니, 그야말로 저 멀리 달아나게 되지요.
언젠가는 드문드문 거꾸로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 의아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그게 읽었다는 표시라는 거예요. 나중에 한 번 더 읽은 후 다시 똑바로 꽂아 최소 2번은 책을 읽도록 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순간 숨이 막혔어요. 뒤집혀 있는 책들도 불편해 보여 쳐다보기 힘들었고요.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인연으로 자리매김하듯, 책들도 누군가의 삶에 특별한 인연으로 찾아옵니다. 어느 시간, 어떤 마음의 계절에 문득 그 책이 눈에 들어와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의무감으로 숙제처럼 읽어가야 한다면 교과서 공부하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뜩이나 학원 숙제와 공부가 많은 아이들에게 쉴 때조차 학습용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읽은 후 정독을 확인받아야 한다면, 제대로 쉬어갈 수 있을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 책의 9살 준이는 엄마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종일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소년이에요. 재미있는 게 가득한 세상에서 글자만 많은 지루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부당하다고도 생각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장을 보러 가던 엄마가 거실 책장 아래에 있는 빨간 책을 가리키며 절대로 읽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준이는 그날 이후 계속되는 "저 책은 절대 읽으면 안 돼!"라는 말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해요. 게다가 한밤중에 엄마 아빠가 깔깔 대며 그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몰래 본 후부터는 책 읽을 기회만을 노리게 되지요.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달콤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한 '인생 책'이 있다는 사서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준이는 자신만의 인생 책인 빨간 책 덕분에 하교 후 PC방에 같이 가자는 친구의 말도 뿌리친 채 뒹굴뒹굴 책숲에 빠지게 됩니다. 그로 인해 멀어진 친구와의 관계는 새로 생긴 동네 책방에서 스스로 처음 산 책이 도움을 주지요. 준이는 비로소 자신만의 책의 의미를 깨닫게 된 거예요.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절대 뒤돌아 보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서 지하세계에서 어렵게 데리고 오던 아내 에우리디케와 헤어진 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판도라는 호기심으로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더욱 강렬하게 끌리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인간의 본성을 독서라는 주제로 엮어내다니, 이 책은 정말... 절대... 절대 읽으면 안 돼요. 삶을 바꿀 수 있는 인생 책도, 절대... 절대 읽지 마세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글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은
내게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항상
고통을 덜어주고 위로를 주고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연극이 실패한 다음이나
글이 마음대로 써지지 않을 때면
책이 위로가 되었다.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다시 힘을 모으기 위한 도구였다.
- <사람으로 산다는 것>, 헤닝 만켈
✐ '하지 말라'는 말에 더욱 하게 되었던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