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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May 01. 2024

평등한 사회 _ <우리 할머니는 페미니스트>

_ by 이향 : #페미니즘 #양성평등


12살 하준이의 엄마는 몹시 분주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출근 준비만으로도 바쁜데 아침 식사를 차리는 틈틈이 아이들을 깨우러 왔다 갔다 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지요. 엄마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식탁에 앉아만 있고 다이어트 중인 중1 하연이는 밥을 더는 것조차 엄마에게 부탁합니다. 이후 엄마는 가족들에게 그날의 일정을 읊어주며 식사를 하지만 다들 듣는 둥 마는 둥 해요. 그런 엄마를 보며 하준이는 엄마는 왜 아침마다 이리 바쁜지 의문을 갖습니다.


동화는 각 챕터마다 마지막에 양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알려줍니다. 문학과 비문학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책으로 스토리를 통해 열어진 마음에 깊이 있는 사유를 안기지요. 첫 장에서는 '집안일은 누구의 일일까요?', '만들어진 역할', '경력 단절과 육아 휴직'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우리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성 역할과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고, 집안일은 함께 사는 가족 모두의 일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함을 새기게 됩니다. 


하준이 엄마가 회사 일로 일찍 출근하던 날 가족들의 일과는 엉망이 돼요. 엄마가 차려 놓고 간 음식은 모두 먹지 못한 채 허둥지둥 집을 나서게 되고, 막내 하랑이는 방과 후 학원 일정을 잘못 알고 아무도 없는 미술 학원에 가기도 했어요. 초비상 사태에서 엄마는 할머니에게 SOS를 보냅니다. 하준이는 할머니가 오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가 첫날부터 예감이 빗나갔음을 알게 돼요. 할머니는 엄마와 너무나도 달랐으니까요. 


아침식사 시간에 하준이는 수저를 놓게 되고 아빠는 반찬을 식탁 위에 놓고 하연이는 밥을 푸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하준이네 가족들은 다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통에 담으며 당황해하지요. 게다가 할머니는 앞으로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며 각자의 역할을 정해주기까지 했어요. 할머니가 오면 더 편하고 좋을 줄 알았던 하준이는 기대와 다른 상황에 실망합니다. 이후 번째 챕터의 마지막에서는 '페미니즘'과 '세계 여성의 날'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성별 때문에 생기는 차별을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권리와 기회를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그러기 위해 실천하는 것을 말해요. 페미니스트는 이런 페미니즘을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말하고요.

 여성주의라고도 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여성을 위한 것, 여성을 우월하게 보는 것'이라고 여기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페미니스트를 남성을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남성의 권리를 빼앗거나, 남성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은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한 것이에요. 

 페미니즘은 여성을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성평등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지요. 평등은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을 말해요. 그러니까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것을 말한답니다.
 그동안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여성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동등한 기회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p.32-33)


2018년 네이버 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페미니스트'라고 합니다. 그만큼 최근 사회에서 이슈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6학년 남학생들 조차 여학생들에게 "너 페미냐?"라고 말하며 비난할 만큼 SNS를 통해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이 책은 평소 내가 그런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준이가 남자로서 겪고 있는 불평등에서도 표현되고 있어요. 하준이는 남자라서 괴롭다고 합니다. 무거운 짐은 누나나 여자 아이들 대신 자신이 들어야 하고 슬픈 영화를 보며 울었다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으니까요. 이것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성 우선 주차장과 임산부 배려석 같은 것을 역차별로 여길 수 있을지 작가는 묻습니다. 또한 페미니즘의 잘못된 이해를 통한 여혐과 남혐이라는 서로에 대한 혐오는 옳지 않음도 전하고 있습니다.


하준이의 할머니는 가족들에게뿐만 아니라 보람 마을 사람들에게도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것을 통해 말에 담긴 성차별과 범죄에 대한 성차별, 성 상품화 등을 전하고, 페미니즘의 역사와 페미니즘의 씨앗이 된 여성 참정권(우리나라에서는 1947년)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페미니즘은 누구나 배우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생각이자 운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면서 여자, 엄마, 노동자라는
집합명사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김지영이라는 고유명사로서의 삶을
지켜내고자 버둥거렸다.


-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 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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