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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May 08. 2024

너랑나랑별랑 _ <친구 주문 완료>

_ by 신은영 : #친구


어린 시절 친구하면 '너랑나랑별랑'이 떠오른다. 훗날 일기장 제목이 되어 그날의 일들을 '별랑'이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받기도 했던.


이제는 너무나도 먼 추억이 되니 그것은 영화 속 장면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동네 친구였다. 조용하던 나에 비해 빨강머리 앤처럼 씩씩하고 잘 웃던 친구. 등교하기 위해 표구사를 하던 친구네 집에 들렀을 때 보았던 신비로운 서화와 액자는 진한 먹물 향기로 남아 있다.


친구와 나는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골목길 탐험을 즐겼고, 눈이 펑펑 내린 어느 날에는 이글루를 만들겠다며 저녁이 되도록 눈벽돌을 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날이 맑았던지 밤하늘에 유독 빛나는 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어린 왕자가 여행했던 행성 속 이상한 어른처럼 나는 그 별이 내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아니라고, 자기 거라고 했다. 조금은 옥신각신 했던 것 같은데 그다지 큰 다툼 없이 우리는 그 별을 우리만의 별이라며 곧바로 이름 짓기 놀이에 빠졌다. 그렇게 해서 공평하게 우리 모두의 별이라는 '너랑나랑별랑'이 탄생하게 되었다. 반짝이는 별빛만큼이나 예쁜 이름에 만족하며 언젠가 이 별을 보면 소중한 그 친구를 떠올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된 이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친구 주문 완료>. 홈쇼핑 최초, 로봇 친구 대여 서비스라니, 제목도 표지도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을만하다.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친구들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었던 시기에 학교가 사라진 미래를 상상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2070년, 외출과 만남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해솔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에게  2+1 로봇 친구 대여 서비스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물건처럼 친구를 고르는 것에 반감을 가졌지만, 육안으로 보아서는 인간과 구분이 가지 않는 로봇 친구 중 외모, 성격, 취향 등을 선택해서 원하는 시간만큼 놀 수 있게 된 해솔이는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완벽하게 구현된 휴머노이드이지만 해솔이는 이 친구들에게서 인간과 다른 면을 느낀다. 함께 하는 모든 게임에서 해솔이가 이기게 되고 늘 칭찬을 해주는 등 비슷한 패턴의 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아끼는 반려견 슈슈에게 냉담한 로봇 친구들의 모습과 악수할 때 느껴지던 49호 로봇의 온기 없음에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가 고장 난 49호를 수리하는 동안 100호가 대신 오게 된다. 그런데 100호는 로봇 대여 서비스 사업가의 딸, 미루였다. 미루도 친구를 만나지 못해 외로웠는데 49호 소식에 자신이 로봇 친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미루의 간절함에 아빠는 미루를 해솔이 집에 보낸다. 새싹이를 키우고 있던 미루는 슈슈를 보자마자 귀여워했고 5호, 13호와는 다른 미루의 모습을 해솔이 뿐만 아니라 로봇 친구들도 느끼게 된다.


결국 5호와 13호는 자신들의 놀이에 방해가 되는 슈슈에게 플라스틱을 먹게 하고 그것을 막으려는 미루에게 모든 누명을 씌운 후 해솔이가 미루를 오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로봇 친구들의 모함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해솔이와 미루는 서로의 손을 잡으며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까?"
 옆에 선 로봇이 불쑥 물었다.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려는 모양이었다.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은 서로 위로하고, 조금 서운한 일이 있어도 친구니까 서로 이해하고 훌훌 털어 버리는 거지. 만약 너무 속상한 일이 생기면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친구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란다."
 할머니의 말에 미루 눈이 반짝 빛을 냈다. (p.101-102)


할머니가 전하는 친구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곱씹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지난 세월이 스친다. 동화는 단순함 속에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 때때로 아이들의 마음과 말이 무릎을 치게 하는 것처럼.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 좋은 친구에 대한 추억을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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