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의 다정한 마음. 포동한 강아지의 동동거리는 걸음.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 찬탄을 자아내는 하늘과 바다. 예기치 않게 발견한 꽃과 나무. 흰 눈의 하늘거림. 마음에 밀려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문장. 위로를 안겨주는 음악과 그림.
무채색 삶에도 반짝임을 주는 순간이 있다. 그런 찰나의 시간을 모으며 별처럼 미소 짓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와 함께라면 내 마음에도 별이 흐르는 것 같다. 그렇게 주고받는 마음은 삶을 반짝이게 해 준다. 동화 속 인물처럼 순해지고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착하고 따뜻한 사람을 좋아했다. 청춘의 시절에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좋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 머물다 보니 받는 게 많다. 너무나 고마워서 닮은 마음을 건네다 보면 또다시 반짝이는 마음이 돌아온다.
사람을 향한 순수한 믿음과 진심은 기적을 불러올 수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삶의 가치관이 확고해진 것은 인생 동화인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소공자』 덕분이다. 주인공 세드릭이 관계에 있어 보여준 진심과 최선은 어린 나의 가슴에 반짝임으로 다가왔고,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깊이 새겨주었다.
1886년 간행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소공자』는 가난하게 살아가던 세드릭이 도린코트 백작 작위를 물려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8살 세드릭은 어른보다 깊은 심성을 지니고 있었고, 할아버지 도린코트 백작은 '성마르고 냉혹하고 속물적'이라고 묘사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 앞에서 움츠러들지도 않고 늘 순수한 믿음으로 바라보는 세드릭 덕분에 주위 사람들도 놀랄 만큼 변하게 된다. 부와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향한 작은 나눔조차 하지 못했던 그의 변화는 어린 나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그 어떤 기적보다 감동이었던 동화를 읽고 또 읽으며 관계에 있어 진심 어린 태도와 믿음을 다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이후 내가 만난 사람들도 진심을 다하면 뾰족하게 다가오던 마음도 동그래지는 것 같아 계속 그 다짐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출간 후 마주하는 마음 덕분에 삶이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반짝이는 시간이다. 큰 결실을 이루어내지 못해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이지만, 나의 책을 응원하며 자신의 일처럼 긴 시간을 들여 마음을 내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문득문득 울컥해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연'과 뭉클해지는 응원 하나하나가 크리스마스의 불빛처럼 눈부시다. 따뜻한 사람들의 진심과 최선이 '쓰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마음을 마주하는 순간이 내 삶에 별이 되어 반짝이는 겨울이다.
마음을 건네준 모든 분들의
무탈하고 충만한 삶을 빌며.
메리 크리스마스♡
어떤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힘을 불어넣어 주는데
크리스마스가 그런 것 같아요.
걸어지는 연말의 헛헛함 속에서
아쉬움과 쓸쓸함에 젖어 있지 않게 하려고
선물처럼 크리스마스가 있는 게 아닐까요.
종교는 없어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보면서
기회를 꿈꿔 볼 수 있는 하루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누릴 수 있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 [무용해도 좋은] ‘겨울빛’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