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아기가 이제는 없다고 했다
그것을 아기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걸까
그것은 눈코입도 없고 심장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녀와 아기는 초음파 기계의 화면으로나마 마주하며 인사한 적도 없었다
첫 인사도 나누기 전에 아기는 생명을 잃었다
임산부 중 20에서 30프로가 경험한다는 계류 유산
계류 유산은 임신 초기 6주에서 10주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뛰는 심장을 갖고서 한 주 한 주 커나가야 하는 태아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자라나지 않고 심장 박동도 멈추는 것이다
세포 분열이 멈춘 태아는 생명이 사라진 상태지만 여전히 자궁 속에 그 모습 그대로 얌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라고 했다
상태가 처음부터 좋지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몸은 자연이었다
자연은 약한 생명을 보듬거나 품어주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약한 것은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그녀는 비극의 여자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태명을 부르며 울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간절히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에 아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막연히
나도 엄마가 될까,
나는 언제 엄마가 될까,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생각해 봤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엄마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을 신에게 들켜버려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최대한 그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산모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소파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수술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녀는 이상했다
자꾸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고 또 잘 먹고 잘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심장도 없는 것이
컴컴한 그녀의 몸 안에서 빛을 잃은 반딧불이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스쳐갔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반짝 나타나
작은 생명의 초록 빛으로
사람을 놀래키고 묘한 기쁨을 주더니
그렇게 쉽게 사라졌다는 게 슬펐다
사실을 알기까지 2주 동안 몸에 아무런 증상도 그 어떤 통증도 없었다는 사실이
말 없이 왔다가 말 없이 갔다는 것이
한 없이 가엽게 느껴졌다
감상에 젖지 않기로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한 순간 슬퍼졌던 것은
눈으로 만나지 않았어도 그녀와 아이는 분명 만났고
준비 없이 헤어졌기 때문이었다
있던 것이 이젠 없었기 때문이었다
있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그런 이별은 너무 흔해서
누군가는 금방 이겨 낼 평범한 슬픔이라고 했지만
평범한 슬픔도 슬픔이라 충분히 아프고 그녀를 울렸다
그녀는 그것의 짧은 존재성, 있다가 사라진 그 반짝이던 느낌을 기억하고 싶었다
잊고 싶지 않았다
울음이 지나간 뒤에 웃음이 와도
기억하고 싶었다
사라졌지만 그때는 있었던 그 미세한 느낌을
그렇게 약한 것도
그런 따스한 기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