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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ug 10. 2020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혹시 고기를 먹지 않아서?

어느 겨울, 느닷없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몸에 문제가 생긴걸까. 온몸을 벅벅 긁고, 샤워를 여러번해도 두드러기는 더 번져갈 뿐이었다. 채식을 시작한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몸이 견디다못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체질이 변하려고 하나? 별 생각을 다 했다.


혹시 고기를 먹지 않아서일까? 보습 크림을 발라도, 진정 로션을 발라도 나아질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각해낸게 ‘고기’였다. 일단 동물성을 먹어보자며 달걀후라이를 해서 먹기 시작했다. 약처럼 먹어서 그런지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지만 달걀 하나를 후딱 해치우고 얼른 잠에 들기로 했다.


밤새 가려움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 되었다. 얼굴만 제외하고 온 몸에 소름끼치도록 바글바글 번져버린 두드러기에 나는 거울을 보지 않기로하고 밖을 나섰다. 병원에 가는 것은 조금 미루기로 했다. 가서 채식의 채자만 꺼내도 잔소리폭격을 당할 것 같았다.일단 고기를 사자. 고기를 구워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팩에 든 삼겹살 두 줄을 샀다. 아니, 목살이었나. 하여간 나는 무슨 마법의 물약이라도 든 마녀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기를 가슴에 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프라이팬에 고기를 올렸다. 오랜만에 고기라 떨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스꺼움이 올라왔다.


돼지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렇게 비렸었나. 일년만에 구운 고기는 한점도 채 씹지 못한채 냉동고로 직행했다. 온 몸을 벅벅 긁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은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려운 와중에도 지난 밤의 피로 때문이었는지 서너시간을 깊이 잠에 들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맙소사! 생리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따져보니 시기가 맞았다. 그날 다시 청한 잠도 무사히 깊이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가볍게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 두드러기를 확인했다. 와우. 두드러기가 반 이상이 사라진 듯했다. 가려움도 덜했다. 팔 다리에는 비슷했지만 몸에 난 두드러기가 사라져있었다.


이게 무슨일이지. 생리전 증후군이라는 것이 평생 없었던 내게 이런일이! 몸이 안좋아진건지 좋아진 건지 알수없었지만 한시름 놨다. 두드러기는 생리 3일차쯤 되던 날 완전히 사라졌다. 몸이란 건 참 신기하다. 그 이후로도 계속 생리 전엔 두드러기가 난다. 부분적으로 조금씩 올라왔다가 사라진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달걀을 먹고, 고기를 구웠다. 내심 채식이 몸에 해로울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돼지비린내. 이제는 마트에 가서 정육코너 근처만 지나도 코를 틀어막게된다. 육고기에 민감해진 후각은 돼지뿐만 아니라 소와 닭, 오리의 비린내도 알아차린다.


‘습관이란게 무서운거더군’ 과거에는 고기 비린내도 풍미로 느꼈던 모양이다. 워우 양고기는 근처도 가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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