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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Aug 03. 2020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지독한 비염에서 벗어나다

항상 습관처럼 코가 가려웠다. 어릴때부터 축농증이 있었고 나는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메마른 상태로 말라있다가 순식간에 마른땅이 갈라지는 듯이 콧속 피부가 간지러워 심한 재채기를 한다. 그러면 말라있던 코딱지가 팟 하고 빠져나온다.


비염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아침에 재채기를 제대로 하면 하루종일 나는 손수건으로 콧물을 훔치기 바쁘다. 물이 마를날 없는 코보다 막혀있던 코가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씀. 비염은 막혔는데도 콧물이 나온다. 항상 코밑이 벌겋거나 하도 훔쳐대서 상처때문에 허연 각질이 올라와있었다.


그렇게 매년 365일을 고생하던 비염과 작별했다. 나는 할말이 생겼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채식을 하고나니 비염이 나았다며 자랑하듯 말하고 다녔다. 그러고나면 눈에 띠는 성과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채식을 만병 통치약처럼 여기는 듯한 눈빛으로 변한다.


나는 나를 보호할 막이 생겼고, 비염까지 물리쳤다. 채식 할 맛이 났다. 조금 더 당당해졌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뺄건 빼달라고 말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도 늘고, 가족들과 밥먹는 시간도 점점 편해졌다.


가끔씩 먼지가 너무 심할 때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는 가끔씩 비염이 다시 시작되긴 했다. 그래도 채식한 이후로 눈에 띄게 줄어든 증상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채식을 통해 고기의 소비나 가축들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해도 내 몸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지 온 세상이 변화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나하나 채식한다고 달라지는 세상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분명한 건 아주 쓸모없는 일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대자연을 해쳐가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살아야 한다면, 스스로 굳게 믿고 지키고자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일만큼은 해야한다는 ‘분별력’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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