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상상 퇴사 계획서

EP05. 13,000원짜리 딸기와 파출 인력소

by 민개미 Mar 30. 2025

프롤로그

⌜상상 퇴사 계획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기를 꿈 꾸지만 배짱이 없어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지낸 지  9년 차인

'회새기'(이너는 회사, 아우터는 팀장)

'퇴사 퇴사' 노래를 부르는 뻐꾸기지만 꾸역꾸역 현실도 챙기고 꿈도 챙기고 싶어서

아침엔 회사 팀장으로 밤엔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퇴사는 못하니 목표를 '퇴사'로 잡고 자립 계획을 세워보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해 보기로 한다. 그래. 올해는 <상상 퇴사 계획서>를 써보고 자립해 보자.


*회 새기: 회사를 다니며 어떤 표정도 감정도 잘 안 느껴지는 '회색 인간'을 칭한다.


상상 퇴사일 D-51

오늘은 드디어 주말 주말 주말

하루의 시작은 들숨, 하루의 마무리는 날숨이었던 평일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주말이다. 

면접 본 미술학원엔 거절의사를 표하는 문자를 보낸다. 


'그래... 내가 쌓은 디자인 이력이 9년 차인데... 그 월급 와 보상으론 못 다니지. 시급 13,000원'

그러고도 계속 보는 <사람인>


아니 글세.... 돈이 급한 게 아니고 인생의 방향성이 제일 급한 것인데, 취미가 <사람인> 보는 것이지?

지금 탈출하고 싶은가? 낙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님 퇴사를 하고도 마음이 급해질까 봐?

그렇게 나름의 책임감을 목구멍에 덩어리째 넣었다. 


밀린 청소를 하면서 버린다. "탁탁" 

평일 간에 쌓은 답답함 "탁탁"

그동안 쌓인 죄책감 "탁탁"

답답한 마음 "탁탁"


남편과 그렇게 청소를 하면서 주말, 오로지 주말에 집중하려고 한다. 

잠시 집을 나가서 만두와 딸기를 사러 간다. 퇴사 생각이 없었을 때는 가격을 잘 안 보고 바로 실행으로 옮기며 구매했던 것들. 

<딸기 13,000원>, <만두 5개 6,000원> 8,000원짜리 한 줄딸기를 선택 안 하고 13,000원을 선택했다. 


한 할아버지가 어떤 간판을 뚫어져라 보더니, 갑자기 달려 들어간다. 

<파출 인력소>


'그래... 일이란 소중한 것이지. 근데 지금은 돈보다 중요한 게 방향성이잖아? 하지만 이런 생각도 30대 중반까지 가능한 것이겠지? 나도 나이를 먹음 어디든 불러주면 감사할 것 같아...'


오늘 아침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주내용이 기억난다.


⌜91년 양띠는 4월에 결단 해냐하는 때, 하지만 빠른 것보단 방향성이 중요.⌟

사람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빨리 퇴사하란 소리로밖엔 안 들린다. 


남편이랑 먹을 것들을 한 움큼 사들고 집에 신나게 들어간다. 남편은 딸기 좋아 보인다며 얼마냐 물었다. 

"13,000원....!"

남편은 놀린다. "어제 미술학원 가려던 곳이 시급 13,000원이잖아. 시급을 쓴 거야!"


그렇다. 그렇다. 퇴사하면 파트타이머로 일을 하게 되면 최저시급에서 최대치가 13,000인 것이다. 

이런 이런... 회사가 길들였어...


뜬금없지만, 큰돈을 쉽게 번 매춘들은 일반 직업에서 잔잔바리로 돈 버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미 큰돈의 맛을 본 것이겠지.

그게 마약이고, 동아줄 아닌 포박줄이겠지. 


포기할 텐가? 월급?

지금이라도 선택할 것인가?


또 이렇게 고민만 한다. 근데 4월엔 정말 결단 낼 것이다. 퇴사 or 이직

이직......... 말고 퇴사?

모르겠다. 

91년생 양띠는 4월에 방향성을 결단하란다. 



작가의 이전글 상상 퇴사 계획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