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에 가족이 찾아왔다.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by 햔햔


점심시간 10분 전.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예방 접종하고 아들들이랑 카페에서 데이트 ㅋㅋ"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투척했다. 카페에서 놀고 있는 셋째와 넷째의 사진.

회사 앞 카페였다.




종이 치자마자 카페로 향했다. 왠지 설렜다. '이게 뭐라고 데이트하러 가는 것 같네' 하고 생각할 때쯤, 뜀박질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카페 앞에서 가쁜 숨을 정리하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담한 카페를 장악하고 있던 아이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아빠를 연발한다. 바닥에 닿지 않는 짧은 다리를 바둥대며 어서 오라는 아이들의 손짓에 홀리 듯 자리에 앉으니, 이거 되게 좋다. 매일 보는 아내와 아이들이 왜 이리 반가운지 모를 일이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참 예쁘고 따뜻해 보였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맛있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공중에 떠 있는 발을 까딱거리는 모습이 스틸컷처럼 눈에 담긴다. 점심으로 주문한 아빠의 샌드위치에 격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와 반달눈으로 먹고 싶다 속삭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어디 있었는지 모를 웃음이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짧은 식사 시간 동안 주고받는 '말이 되지 않는 말들'에 카운터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아가들이 너무 예쁘다며 갖다 주신 디저트에 카페는 더 따뜻해지고 우리의 미소는 더 밝아졌다. 쉬지 않고 조잘대는 아이들 통에 아내와의 대화가 쉽지 않지만, 입가의 미소는 옅어지지 않았고 들리는 모든 소리가 즐거운 음악 같았다.


좋은 햇살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워 가까운 놀이터로 향했다. 신나 하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자꾸만 시계로 눈이 간다. 조금만 더 천천히 갈 것이지. 하여튼 즐거운 시간은 참으로 잰걸음이다. 행복감을 먹고 동작하는 것인지 회사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힘차다. 그리고 이윽고 시간은 짧고 굵었던 행복의 마감시한을 알렸다.



점심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몇 시간과 주말의 수십 시간의 여유에서는 쉬이 느끼지 못했던 그런 절절한 행복감이었다. 50분의 시간과 샌드위치 값. 행복을 만끽하는 데엔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고 예상 지출액을 계산했던 그 어떤 여행보다 확실하게 행복했다.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현재에 충실할 수 있음이, 조금의 아낌도 없이 행복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회사로 복귀하며 돌아서서 손을 흔들고 아쉬워 또 돌아서는 과정에서, 먼 훗날 지금과 같은 괜찮은 이별을 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곱씹어 보지 않았던 여한이 없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일분일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집중했던 짧은 시간이, 온전히 현재를 즐겼던 그 순간들이 그렇게나 좋았나 보다.


점심시간 5분을 남겨두고 발길을 돌리며, 영원한 시간은 없음을 사뭇 깨닫는다. 발걸음이 무겁고 많이도 아쉽지만.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 정말이지 행복했음에 행복을 느낀다. 언젠가 아쉽게 돌아서야 하는 날이 온다면, 만약 그런 날이 생각지 않게 조금은 일찍 오더라도, 오늘 이 마음 같을 수 있게 충실하게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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