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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Feb 22. 2022

어린이들이 전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사과 가이드북, 멍사과가 꿀사과되는 법

어린이들이 전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이 무엇일까? 


어린이 물결단 2기 활동 주제는 마음 배달부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전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이 무엇일까?’ 이야기하다 보니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마음 배달부에서 사과 배달부로 아이디어의 초점을 좀 더 구체화했다. 처음에 ‘사과 배달부’라는 가제로 활동 주제가 정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과를 ‘배달’한다는 기획으로 시작된 아이디어였으나 이 주제를 탐구하던 과정에서 사과를 배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선뜻 사과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각 학급 어린이들의 ‘사과 경험’을 조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발견된 것이다. 


특히 ‘사과를 받긴 받았는데 진심이 없는 사과여서 오히려 더 상처받았다.’고 하는 멍든 사과로 인한 아픔과 ‘사과받아서 뭐해.’라고 하는 반응 속에서 현재 어린이들 간에 오가는 사과의 가치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사과를 주고받는 사과의 기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조사 내용 중에서 교사로서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린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사과, 억지로 하는 사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신하는 사과나 직접 하지 않고 문자로만 하는 사 과에 대해 아쉬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사과를 배달하는 것은 진심 이 담긴 사과를 표현하는 것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과 배달부라는 아이디어는 실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사과의 가치를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사과를 배달해 주기보다는‘사과의 꿀팁’을 모아서 공유하자는 아이 어로 방향이 전환되었는데 이때 꿀팁이라는 단어가 꿀사과라는 단어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사과를 ‘꿀사과’라는 캐릭터로 만들고 꿀사과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멍사과’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전개는 아주 흥미로웠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멍사과’와 ‘꿀사과’를 분류해보는 과정을 통해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심이 담긴 사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2기 어린이 물결단의 주 활동은 ‘질문하기, 조사하기, 인터뷰하기, 조사 내용 정리하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조사 내용들 속에서 어린이들이 불편해하는 ‘멍사과’ 사례와 진심이라고 느끼는 ‘꿀사과’의 특징, 그리고 사과를 어떻게 받아 줄 때 고마웠는지 사과를 받아주는 사람의 유형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 하나하나가 알고 있으면 더 나은 사과 경험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조사한 내용들을 가능하면 가득 담아 전할 수 있도록 2기 활동 내용을 사과 가이드북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사과 가이드북, 멍사과가 꿀사과되는 법


당신이 사과를 못하는 이유(뒤표지-앞표지)- 캐릭터는 5학년 학급 대표가 패드를 활용하여 그렸다.


책에 넣을만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책에 반영된 아이디어들은 모두 행동을 포함한 아이디어, ‘행동과 이어져 있는 생각’이었다.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의미 있느냐와는 별개로 그 아이디어를 한번 내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어서 생각할 때 비로소 반영할 만한 생각이 되어 있었다. 앞에서 낸 아이디어에 대해 더 조사하고 정리해오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만 반영할 수 있는 발전된 생각이 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도 다음 활동시간에 그 아이디어에 대해 조사를 해오거나 그 질문에 대한 한 걸음의 대답이라도 해오지 않는다면 이전의 아이디어는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공중에 둥 뜨고 만다. 실제로 ‘사과를 다 주고받은 후에도 어색할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좋은 질문이 나왔었는데 이 질문을 했던 어린이도 이 질문을 들었던 어린이들도 이 생각의 바통을 이어받아 그 대답이 될 만한 생각을 발견해 온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 내용은 책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린이 물결단이 ‘사과 경험’에 대해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은 것, 사과 가이드북에 담겼으면 하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질문하고 조사하고 정리해 오는 활동을 하면서 발전시킨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다음은 사과 가이드북에 담긴 최종 내용의 차례와 일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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