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린이의 말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이 되기를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혁명은 시작된다.”
-사회학자 존 맥나이트-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하며 길에서 배움을 얻은 로드스쿨이자 코다 (CODA,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그리고 사회운동을 하는 아티비스트(Artivist: 사 회 운동을 하는 활동가_Activist’+ 예술가_Artist라는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삶) 이길보라는 자신을 ‘로드스쿨러, 코다, 아티비스트’로 정의하면서 자기만의 해방 서사를 만들어온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길보라는 감독으로서 장애인권, 페미니즘, 임신 중지, 성폭력 등 우리 사회의 뜨겁고 논쟁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해왔고 <당신을 이어 말한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입을 열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내 앞에 서서 먼저 말하고 선언하고 행동해왔던 당신의 용기로 이어 말한다.
나 역시 방관당했고 침묵당했고 가해 당했다.
이제는 당신이 말할 차례다.”
이 책은 ‘이 고민과 질문은 나만의 것이어야 할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누군가 시작한 말을 자신이 이어 말했듯,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 말하기를 응원한다.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사 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써 말 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이길보라 <당신을 이어 말한다>-
그렇게 혼자 하는 고민이나 질문이 ‘발화’되어 실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로의 고민과 질문이 담긴 말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을 만들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마음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에게까지 물결을 일으킨다. 그렇다.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어 말하기’를 통해 함께 지속적으로 말하는 과정이 계속되어야 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조명한 ‘이어 말하기’야말로 어린이 물결단이 앞으로 해 나아가야 할 핵심 활동이자 만들어야 할 새로운 물결이다.
이길보라 감독이 자신이 하는 일을 정의할 때 아티비스트(Artivist)라는 합성어를 썼다. 이 표현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삶이 예술가의 정체성과 동시에 사회 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담고 있음을 좀 더 잘 의식하게 된다.
어린이 물결단이 ‘회의’가 아닌 ‘활동’을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이 물결단에서 학급 대표들이 어린이의 목소리를 낼 때, 이 목소리들이 모여 어린이들이 공통을 겪는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 동들을 함께 구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활동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어린이의 삶에 유익할 것인지 활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활동 주제를 선정한다. 이 모든 과정이 사실 ‘회의’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린이 물결단에서는 회의를 한다고 하지 않고 ‘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이는 어린이 물결단에서 발화되는 아이디어들은 행동과 이어져 있는 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기 활동 주제를 정할 때, 한 어린이가 말했다.
주변에 자신의 마음을 꺼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 안타까워요.
선뜻 전하지 못한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1기 때 소곤소곤 고민상담소도 의미 있었으니 이에 이어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음 배달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이때 제안된 또 다른 아이디어는 2가지였는데 꿈 찾아주기(꿈이 없는 친구들의 꿈을 함께 찾아주는 활동)와 보물찾기(학교에 명장소들에 퍼즐처럼 숨겨진 종이쪽지를 발견하고 이를 합쳐 메시지를 찾는 활동)였다. 이 3가지 주제 중에서 많은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활동을 각 반에서 선택해 한 주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오는 시간을 가졌다. 한 주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기 위해 활동을 한다. 이때 하는 활동들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 물결단 활동이 있기 전 각 학급에서의 활동>
-같은 학급의 어린이들에게 ‘이런 활동을 하면 어떨 것 같아?’라고 질문하고 반응 살펴보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아이디어와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활동 주제 선택하기
-그 주제가 어떤 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모든 어린이가 이런 활동을 품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를 내기 도 하고, 다른 어린이의 생각을 듣고 연상되는 생각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2기에 물결단 활동 주제로 채택되는 아이디어는 가장 많은 사전 활동(질문하고 조사하기, 자세히 생각하기 등)을 품은 아이디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