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물결단 1기 첫 활동, 소곤소곤 고민상담소
이렇게 시작한 어린이 물결단 1기의 첫 활동은 ‘소곤소곤 고민상담소’로 결정되었다. 4,5, 6학년의 고민들을 모아 학급 임원들이 고민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것인데, 처음 아이디어는 6학년에서 나왔다. ‘고민상담소’를 해보면 좋겠다고. 답변은 4, 5, 6 각 학년 대표들이 모두 들어간 3인 1조로 구성한 팀을 짜서 함께 만나 상담을 하며 상담 신청자가 다양한 학년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고민상담소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을까? 사실 이 아이디어는 혁신 학교의 주제 수업 경험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낸 6학년 학생은 작년 5학년 때, 5학년 혁신 교육과정 첫 주제 수업으로 나는 내 마음의 주인(공동체 온도 높이기) 수업에서 ‘고민상담소’를 경험했었다. 이때 당시에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서 고민은 온라인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께 쪽지로 보내게 하고 쪽지 내용을 친구관계, 성적, 생활 습관 등 비슷한 주제별로 분류하여 사연을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이 학급 구성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답변할 수 있는 고민들에 대해 최대한 공감하고 가능하면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적어 답을 작성해 보는 수업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때 아이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는데
‘우와! 나랑 똑같은 고민이 있다.’
라고 하면서 다양한 또래의 고민들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혼자 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생각에 굉장한 위안을 얻는다는 점이었다. 그때 당시 고민을 보내는 것은 원하는 사람만, 답변은 모두가 했는데 사연을 못 보낸 어린이들이 또다시 한번 고민상담소의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학년 혁신 교육과정을 지나 6학년이 된 어린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4~6학 년이 함께하는 고민상담소를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6학년이 낸 이 아이디어에 대한 4학년 학급대표가 ‘우리 반 아이들이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아서 저도 고민상담소를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동의하는데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현재 5학년도 학급에서 ‘고민 상담소’라는 주제를 이미 해 보아서인지 긍정적이었고 여기에 생각을 보태주었다. 소극적인 성격의 경우, 답변을 편지로 받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니 상담 신청할 때 답변을 편지로 받을 것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은지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때 상담 신청 대상을 전교생으로 하면 좋을지 4~6학년으로 하면 좋을지를 상의했는데 처음 시작하는 일이니 4~6학년 범위가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1~3학년이 학교에서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범위가 4~6학년인 것을 알면 아쉬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래서 게시판 포스터 홍보는 하지 않고 각 학급 어린이 물결단이 각 반에서 말로 설명해주며 홍보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어린이 물결단은 매주 1회 40분 정도 만나 ‘고민상담소’의 활동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천해갔는데, 상황에 맞게 일정의 속도는 조율해 나갔다. 그러면서 이 활동이 돋보일 수 있도록 ‘소소한 고민상담소’라는 이름을 함께 정하게 되었는데 2021년이 소띠의 해이기도 하고 작은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 아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편지 답변은 가능한 한 답변해서 보내주고 직접 상담은 4,5, 6학년이 5반이기 때문에 각 학년 대표로 1팀을 구성하면 상담팀이 총 5팀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한 팀당 2명씩을 대면 상담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상담은 10명을 뽑기로 했다. 그 정도의 구상을 해놓고 우리는 사연을 받고 답변을 적어 보낼 상 담 카드 디자인에 모두의 손을 모았다. 총 32개의 사연이 왔고 그중 26명이 편지 답변을 요청했다.
소곤소곤 고민상담소에 도착한 고민은 모두 32개의 사연이 도착했고 그중 ‘편지로 답변을 받을래?’에 26명, ‘만나서 얘기할래?’에 6명이 신청했다. 오직 어린이 물결단의 학급 안내로만 일주일간 사연을 모았고 중간에 잘 진행되고 있는 지의 여부도 묻지 않았다. 신청자가 5명만 돼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물결단의 생각을 물어 적은 수로 진행할지 홍보기간을 더 늘릴지를 결정하면 될일이니 그저 만나기로 한 날 진행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편지 답변 요청이 상당히 많아서 2주간 답변을 작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 주는 먼저 답변 가능한 질문들에 대해서 4,5, 6학년 돌아가면서 공감과 해결방법을 담아 편지 답변을 작성하고 다른 한주는 지난주에 미처 답변 못한 편지 답변 요청에 대한 답장을 마무리하고, 각 상담팀 별로 만나서 상담할 사연을 선택하여 대면 상담 준비를 했다. 이때 각 학급 임원의 사정에 따라 학급 대표로 오는 학생이 회장이 고정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고, 회장이 방과 후 활동이 많아 부회장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회장과 부회장이 번갈아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편지 답변을 할 때는 가능하면 참여할 수 있는 임원들은 모두 와서 답변에 손을 모아 주기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 상담 신청자 6명을 위한 6팀의 상담팀을 꾸려졌다.
사연 중 가장 많은 비율로 등장한 고민 주제는 ‘친구관계’였다. 친구와의 다툼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절교라는 말에 대처하는 법, 고백을 해도 될까 등 관계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관리하는 법 등이 있었는데 학원에서 영어 진도가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늦어서 고민이라는 사연을 보면 이것 역시 관계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키가 안 커서 고민이라는 성장에 대한 고민이 3명에게서 왔는데 이것도 놀림을 당하 거나 오해받는 것으로 인한 고민 이어서 관계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외 에는 형제자매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결국 ‘관계적인 고민’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소소한 고민상담소가 있던 날, 편지 답변도 같이 배송되었다. 우리 학급에서는 키가 작은 것으로 어린 동생에게 또래로 오해받은 일에 대한 사연을 보낸 어린이가 있었는데, 사연을 보내면서 ‘우유를 많이 먹으라던가. 잠을 많이 자라던가 하는 이미 아는 답만 오면 어떡하죠?’라고 내게 말했었다. 그런데 6학년의 답변에 '나는 골고루 많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살만 쪘어. 그러니 깔창을 깔아보는 건 어때?' 라는 답변이 왔고, 답변을 받은 우리 반 아이는 그 답변에 대폭소를 했다.
“하. 하. 하. 선생님 깔창을 깔아 보래요. 이거 괜찮은데요!”
나는 그래서 정말 실천해봤는지 물을 생각이 없다. 그 시원한 웃음으로 충분하다고 느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