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도전이라고,
이번에는 여러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을 시도해보았다.
사람이라고는 기껏 한명의 전신을 담아보았었기에 큰 맘먹고 시작.
모델은 같이 일했던 동료기사들이었다.
오전 배송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휴게실에서 장기를 두곤 했었다.
나야 워낙 하수인데다 또 머리쓰기가 귀찮아 주로 구경을 했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며 그려보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사람이 많다보니 각각의 위치에 따라 비율도 신경을 써야 하다보니 달랑 한사람을 그릴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능하면 빨리 집중해서 그려야 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세사람을 그릴때는 한사람을 그릴때보다 세배가 훨씬 넘는 시간이 소요되어 지쳐버렸다.
오죽하면 원래 4명이었던 등장인물중 한 명을 지웠을까.
그렇게 완성을 미루다가 포기하고 그렸던 게 먼저 올렸던 강아지 두마리 그림이었다.
더군다나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그림은 미완성으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고 올해 새로운 곳으로 근무지 발령을 받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퇴근하던 어느 날, 낯 익은 트럭 한대가 근무지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 트럭은 바로 내가 몰던 마트배송차량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그림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완성을 했다.
그림을 그려볼수록 보이는대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배운다.
'보이는' 것을 자꾸만 '알고 있는'것으로 표현한다.
특히 색깔이란게 내가 알고 있던 색깔과는 많이 달랐다.
얼굴색도, 옷의 색도 알고 있는대로 칠하다보면 느낌이 달라졌다.
자세히 보면 '그 색이 있었나?' 싶은 색들이 곳곳에 잘도 숨어있다.
그렇게 숨은 색들을 하나하나 찾아 표현하다보면 어느덧 비슷해진다.
질감까지 살아난다.
이제는 장기를 두던 저 휴게실도 없어졌다.
그림을 완성해가며 함께 부대끼며 일했던 추억들이 미소짓게 만들어주었다.
오늘 액자를 몇개 샀다.
그림을 넣어 선물해줘야지.
당분간 등장인물이 많은 그림은 그리지 않는 걸로...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