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먹기
영국인. 나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친구.
알고 지낸지는 꽤 되고, 사귀게 된지는 몇년정도 되었으며, 내가 요리를 배운덕택에 집밥을 같이 먹게된지는 2년이 되었다.
익숙해질만하지만 같이 식사하면서 지금도 가끔 웃는다.
1. 된장찌개던 김치찌개던 식탁 중간에 놓고 같이 숟가락으로 퍼먹는걸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밥그릇옆에 자기 몫을 나눠줘야 기쁜듯이 수저를 든다.
2. 밥이랑 같이 먹는거라고 백번 말했지만, 음식을 나오는 순서대로 먹는 버릇이 남아서 그런지 국만먹기엔 짠 된장국을 밥먹기전에 다 마신다. 건더기는 밥그릇에 얹어놓고 국을 오니온스프같이 마신다. 콩나물을 젓가락으로 한개씩 한개씩 국에서 건지는 모습은 정말 만화책의 캐릭터같다.
3.젓가락질을 곧잘 하지만, 한국인인 나보다 못하면서 숟가락을 안쓸려고 한다. 비빔밥먹을때도 젓가락으로 비비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프라이드인가 싶다.
4.양념고추장의 매력에 빠지다. 무조건 비비면 맛있다는걸 알았는지, 회사 냉장고에 개인용 양념고추장을 가져다놓고 점심때 도시락이랑 같이 먹는단다. 물론 이제 회사동료분들은 여친이 한국사람인걸 다 아시는거같다.
5.매주 금요일 저녁, 타이페이에서 제일 맛있는 한국식 양념통닭집에서 치킨을 사와 집에서 맥주랑 같이 먹는게 젤 행복하단다. 너도 치맥에 빠져버렸구나.
6.가끔 내가 해주는 요리가 맘에 안들면(맛이 없으면?) 냉장고에서 양념고추장을 꺼내와 맛있게 비벼먹는다. 기분 나빠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젓가락으로 완벽하게 밥을 비벼놓으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You win.
7.가끔 출장으로 2주정도 유럽에 가 있을때가 있다. 돌아오는 전날, 집에오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반쯤 익은 계란후라이를 얹은 김치볶음밥이 제일 먹고싶다고한다. 그가 없는 사이 요리하기 귀찮음에 피자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었는데, 그는 빵과 파스타에 질렸다며 "Kimch rice"가 먹고싶단다. 그말에 오랫만에 나도 쌀밥이 먹고싶어진다. 그리고 같이 식탁에 마주앉아,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거의 울거같은 표정으로 "So good"을 연발하는 그를 보면서 이 요리를 가르쳐준 백종원아저씨와 기타 유투브선생님들께 땡큐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