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과일 한 바구니 기분은 덤으로

by 털찐 냥이

종종 동네 슈퍼를 간다. 걸어서 장을 보러 다니는 동네 슈퍼는 5개. 운동도 할 겸 조금 더 걷는 다면 6군데. 러나 이는 다 씨가 좋을 때의 경우이다. 동네 상가들마다 거리 있기 때문에 한겨울이나 궂은날에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장을 보러 간다. 예전에 살던 동네들은 가까운 곳에 터줏대감 동네 마트가 있는 지금 사는 곳은 대형마트의 소형 버전 슈퍼들로 포위되어 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가공 식품들을 세일할 때마다 품목에 따라 순방하며 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재래시장 골목에 있던 동네 슈퍼는 야채는 저렴했지만 기획상품 종류가 적어서 아쉬울 때가 있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장바구니 하나를 골라서 툭툭 털어 작은 가방에 쑤셔 넣는다.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고 터벅터벅 오늘 발이 닿을 방향을 정한다. 아무래도 햄과 어묵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길 건너 지하에 있는 슈퍼를 가야겠다. 장을 보러 갈 때에는 하천길을 걷게 돼서 산책이 되곤 한다.


나는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주변에 재래시장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다가 대체로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백화점이 좋지 왜 이상한 취향을 갖고 있냐고 한다. 시장은 맛과 재미가 있어서 좋은데 말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장사를 하셨기에 내 놀이터는 시장이었다. 그래서 의 취향이 된 것 같다.


자주 가던 재래시장에 작은 과일가게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 거 가져가야지~ 그래야 기분 좋지. 사가면서 기분 나쁘면 안 되지." 과일가게 할머니 뜻밖에 말을 하셨다.

나는 한 바구니 몇천 원 안 하는 작은 과일 소쿠리들을 콕콕 가리키고 주섬주섬 돈을 꺼내고 있었다. 야채와 과일을 조금씩 소쿠리에 담아서 저렴하게 팔던 가게다. 햇볕을 가려줄 천막을 머리 위에 쳐놓고 바닥에 줄지어 빨간 바구니에 담아놓은 과일들은 옹기종기 귀엽다. 먼저 찜한 사람이 임자라서 과일을 소분해서 내려놓는 아저씨의 손 끝을 다들 부지런히 쳐다본다. 번 지켜보니 아저씨는 머니의 작은 아들 같았다.


골목은 항상 붐볐다. 서있는 사람들 앞뒤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엉켜있었다.

"나는 이거 줘요."

순서라는 것이 없다.

옆사람 뒷사람의 순서가 끝나기 전에 손과 목소리가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저는 이거 이거 주세요!" 맘에 드는 바구니들을 콕콕 잘 찜했다.

할머니가 다른 바구니를 들어 올린다.

" 어! 그거 아니에요. 요거요. 요거~" 나는 다시 외쳐본다.

할머니는 잽싸기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마음에 드는 거 가져가야 한다며 다시 담아 준다. 마른 체구에 연세는 있으셨지만 목소리와 동작은 힘이 있었다. 물건을 파는 동안 내내 동네 손님들과 친구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다. 오늘은 날씨가 어떠한지 동네에 어떤 사소한 일들이 있었는지 안녕한 하를 묻는 인사들이었다. 뒤에서 아들과 며느리가 분주히 상자들을 내리고 정리한다. 근처에 친척으로 보이는 삼촌도 와서 말을 건네고 간다. 분주하다. 못난이 과일이지만 제철 과일이 항상 양하게 있었다. 의원에서 과일만 먹어도 살 수 있을 거라던 나의 체질에 딱이었다. 방앗간 참새처럼 들리던 곳이었다.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면 건강한 간식을 챙겨 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과일에 덤으로 기분도 챙겨주시는 지혜로운 할머니가 계셨다.


시장에는 온갖 야채를 박스에서 소분해서 바로 내오던 야채가게도 있었다. 제법 넓었지만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잽싸게 야채 봉지 꼬다리를 탁탁 잡아들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서야 한다. 과일보다 고르기 어려운 것이 나물 야채였다. 모르는 나물이 이렇게 많지? 풀 모양이 제각각인데 비슷해 보이는 것들도 있고 난감하다. 이름도 낯설다. 다행히 주인 언니가 호탕해 보였다.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한가하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은 반칙 같았다. 나 하나 때문에 병목현상이 일어날 테니까. 나물이니까 일단 데치겠지? 숨을 죽이기 쉬워 보이는 여리한 나물로 보이는 봉지들을 들고 계산대 앞에 내려놓다.

"이거 양념은 어떤 거 넣어야 해요?"

내내 계산만 하던 주인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 저 나물 초보예요.' 속으로 대답했다.

다행히 주인 언니는 귀찮아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어보길 잘했다.


사를 오니 식이 과일에서 과자로 바뀌었다. 동네에 못생긴 과일이 없다. 야채도 초면은 없다.

하루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려고 마트 햄 코너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햄 함유량 국산 여부 세일여부 등 마트에 가면 실례가 되지 않으니 많은 질문을 한다. 마치 '너는 누구니? 어디에서 왔니? 방부제는 들어있니? 과당은? 첨가제는?" 호구조사를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 훅 하고 나에게 질문이 들어온다.


"어떤 게 맛있어요?"

"음... 잘 모르겠는데요."

"아휴 뭘 사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디에 쓰시려고요?"
"아니 그냥 반찬 하려고요. 애들 키울 때는 이런 것들 사 먹었는데 베이컨은 너무 기름지고, 아저씨 반찬해줄려는데..."
"그럼 요건 어떠세요? 세일도 하고 양이 많지 않아서 한 번에 해 먹기 괜찮더라고요."

마침 두 봉지를 묶어서 할인행사를 하는 햄이 눈에 띄었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의 작은 햄이었다. 저번에 한번 먹어보니 뽀득하니 맛났다. 나도 아주머니도 하나 집어 들었다. 샌드위치햄은 아니지만 말 나온 김에 집내서 볶아 먹어야겠다.


사실 대화를 하면서 아주머니의 표정을 읽었다. ' 딸도 얘처럼 이렇게 장을 보러 다니겠지?' 생각을 하는듯했다. 대화를 하기 전부터 장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나를 계속 힐끗 쳐다보는 게 느껴졌었다. 대화가 끝나고도 계속 보고 계셨다.
어쩌면 그냥 말을 걸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분이 드신다면서 카트에 이것저것 꽤 많은 것을 담고 계셨다.


사소한 대화들이지만 낯선 사람들이지만 나는 감정을 주고받게 된다. 못난이 과일이지만 건강한 기분을 덤으로 주시는 과일가게 할머니와 야채를 가져가서 잘 요리해 먹기를 바라는 주인에게서 선의의 마음을 받았다. 같이 장을 보러 다녔던 딸이 생각나서 빈 마음을 달래 보려는 아주머니에게 나도 친절한 마음을 전해본다. '따님도 이렇게 장도 잘 보고 잘 살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keyword
이전 21화먼저 내민 손이 민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