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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25. 2024

10km 마라톤을 준비하며 배운 것

드레스덴 마라톤 D-2

10km 마라톤 이틀 전이다.

이틀의 한 번은 달리기를 하며 지난 주말에는 12km까지 달려보았다. 마지막 주에는 거리를 늘리지 말고 조깅을 조금씩 하며 그저 컨디션 조절에 힘쓰라는 러너들의 조언을 듣고 몸을 사렸다. 그래도 5km 정도는 뛰어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동네 축구장 트랙을 돌았다. 그런데 내게 5km는 아직도 수월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5km 대회 때 연습을 했는데도 너무 힘들었던 것에 충격을 받아, 하프마라톤 러너이자 늘 7-8km씩 밥 먹듯 달리는 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아직 5km 힘들어. 마라톤 선수들도 쉬워서 뛰는 거 아니야. 매일 힘든데 계속 뛰는 거야."


아 그렇구나.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고 안도가 됐다. 한편으로 언니가, 그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힘든 것을 꾸준히 해내는 의지. 나는 마라톤 대회 신청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실히 달리기 연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를 알고 신청을 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것도 참 잘한 일이다.


러닝메이트와 매주 달리는 쇼팽 공원


그러다 대회를 3일 앞둔 어제는, 매주 목요일 러닝메이트와 쇼팽 공원을 달리는 날이었다. 워낙 오래된 공원이라 나무들이 숲을 이룰 만큼 큰데, 땅에도 낙엽이 가득해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주에 달렸을 때 이전과 달리 초반에 대화를 좀 할 수 있게 되어서 새로운 재미를 살짝 맛보았다. 후반에는 너무 숨이 차서 다시 침묵하며 달렸지만, 오늘은 지난주의 경험으로 용기가 생겨서 하고 싶은 말들을 참지 않고 대화를 하며 달렸다. 달리면서 말하니 물론 숨이 차긴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우리는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어? 이게 계속 되네? 찬란한 가을의 아침풍경 속을 달리며 그동안 못다 한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달리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전환점이 온 것을 느꼈다. 5km 내내 옆사람과 대화하며 즐겁게 달릴 수 있게 되다니!


불과 몇 주전,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달리기가 훨씬 재미있어질 거라는 한 러너의 영상을 보고, '와, 부럽다'라는 생각과 '나에게는 그때가 언제 올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이었다. 그 재미를 알아버렸다. 시간이 금방 갔고 숨은 찼지만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5km를 대화하며 달릴 수 있었다면, 대회에서 혼자 조용히 달리는 것은 훨씬 수월할 거야!



대회 며칠 전부터는 탄수화물도 많이 먹어 두라는데, 나는 며칠 전에 급성장염이 찾아와 모든 속을 비워냈다. 가장 빨리 낫는 법은 굶는 것이란다. 어제 그제 금식과 미음으로 속을 달래고 이제 바나나와 밥을 조금씩 먹고 있다. 평소 같으면 다 낫지 않아도 군것질을 참지 못하고 조금씩은 했을 텐데 지금은 참아진다. 그동안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하는 무절제한 식습관도 돌아보게 된다. 미치도록 먹고 싶은 것들을 참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넣어가며, 마라톤은 그저 거리와 속도만의 연습이 아님을, 나의 평소 습관과 몸 구석구석의 건강을 돌보는 것임을 깨달아간다.


홀로 자주 달리는 자메크 토파즈


그래, 아마 이것인 것 같다. 10km 대회를 신청하며 내가 기대했던 것. 5km 대회를 준비하며 달리기보다는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했던 그때처럼, 10km를 준비하며 나는 또 배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또 배웠다. 내가 늘 부족하다 생각했던 꾸준함과 성실함이 내 안에 있었다는 것, 지나가는 러너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것, 친구와 함께 달리는 기쁨, 매일 달려도 매일 힘들 수 있다는 것, 러너스 하이의 경험, 나의 한계를 늘려가는 도전, 내 온몸의 건강을 소중히 돌보는 습관... 이루 셀 수 없이 배웠다. 이제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틀 남았다. 오늘도 내일도 내 몸을 잘 돌보며 회복해서 멋진 가을의 드레스덴을 달리고 와야겠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나의 페이스대로! 대회 후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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